학벌 (11)

국민학교때 공부 잘하는 skill과 중학교때 공부 잘하는 skill은 그리 많이 다르지 않았다.
중학교때 공부 잘하는 skill과 고등학교때 공부 잘하는 skill은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초-중 사이의 차이보다는 더 컸다.
고등학교때 공부 잘하는 skill과 대학교때 공부 잘하는 skill도 역시 비슷했지만, 중-고 사이의 차이보다는 컸다.

그런데,
대학교때 공부를 잘하는 것과 대학원에서 연구를 잘하는 것 차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연구를 잘하는 것과 사회에서 일을 잘하는 것 사이에는 그것보다 더 큰 간극이 있었다.
아, 어떤 일을하게 되느냐 하는 것에 따라서 이건 차이가 좀 있을 수 있겠으나… ^^
가령 공학박사를 받고서 목사님이 된다거나 하면… 그건 완전히… ㅎㅎ

그리고 당연히, 사회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지혜롭거나 성숙한 사람도 아닌거고,
일을 잘해서 성공한 사람과 그 사람이 존경받을만한가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물론 그것을 관통하는 어떤 skill이나 재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초등학교때 공부잘하는 skill과 사회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사이에 연관관계가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학벌 (10)

지난주에 내가 쓴 내 이야기는,
내가 민우를 대학보내면서 했던 고민 가운데 하나이다.

민우가 한편으로는 경쟁과 간판이라는 것들에 함몰되어서 대학생활을 보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우의 실력과 인격을 잘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을 받게되길 역시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한편,
지나치게 경쟁적인 학교에 가거나,
학교의 분위기 자체가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라거나…
그런 학교를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가서 충분히 자신에게 오는 도전을 맞닥드리고,
좀 더 자신의 실력과 인격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에 갔으면 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settle한 것이,
비교적 ‘좋은 학교’이지만, ‘most competitive한 학교’가 아닌 학교를 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민우가 원하는 liberal arts education이 물론 중요한 factor 였고.

그러나…
실제로 민우 학교를 보내는 일이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고,
민우 학교 보내는 것을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무지하게 많이… 내게 있는 탐욕, 불신앙과 싸워야 했다.

학벌 (9)

내 중학교때를 생각해본다.
만일 그때 그 ‘똥통’ 학교에서 그럭저럭 잘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계속 있었다면, 내게 발전이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게 내 ‘학력’은 혹은 ‘학벌’은 진정한 의미의 실력을 제공해주는데 중요한 key가 되지 않았을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나는 그때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게다가 요즘같은면 아에 못들어갔을 거다. -.-; 지금도 기억하는데, 내가 얼핏 훔쳐본 내 입학 성적을 보면… 순전히 학과 성적으로는 커트라인 아래였는데, 20%를 차지했던 ‘창의력 테스트’ 점수가 좋아서 들어가게 되었다. 게다가 그때는 과학고등학교가 유명하지 않았으니.

지금 내가 중학생이라면, 내게 그런 기회들이 주어질 수 있을까?
당연히 나같은 ‘똥통’ 중학교 출신은 과학고등학고 꿈도 못 꿀 테고, 그러면 아마 그저 그렇게 있다가 그저 그렇게 challenge 없이 그저 그런 학교 가고, 그저 그렇게 내 실력을 develop할 기회를 못잡게 되지는 않았을까?

고등학교 턱걸이로 들어가고,
그저그런 평범한 대학교 1학년 짜리로 대학교를 출발하고,
역시 턱걸이로 겨우 유학와서..

이렇게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지금도, 민우 세대에게도 가능한 것일까?
(한국, 미국 모두 말이다.)

학벌 (8)

내가 중학교 때에,
매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마치면 학교 교무실 앞쪽에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 순서대로 이름을 써서 붙여 놓았었다. 그래서 3년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어느반 누가 공부를 잘하는가 하는 것을 서로 다 알고 지냈다.

나는 늘 전교 1등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교1등을 하지 않으면 많이 실망했었다. -.-;
시험을 보고나서 혹시 내가 맨 위에 이름이 있나 하는 것을 쪼르르 가서 보고 어떤땐 기뻐하고 어떤땐 실망하고 뭐 그랬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한 학년이 대충 1000명쯤 되었었다.
그러니 1000명중에 1등을 하는 것이 그 당시 내 목표였고, 그렇게 돌아가면서 1등을 했던 그룹이 대충 5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percentage로 따지면 나는 top 0.1%가 목표였고, 대충 top 0.5% 안에는 대충 들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럼 전국에서 top 0.5% 안에 드는 학생이었냐, 아니다.

문제는, 내가 다녔던 중학교가 ‘똥통’ 이라는데 있었다. ^^

나는 사실 중학교때 숙제이외에는 평소에 공부를 한글자도 안했다. -.-;
시험때 반짝 공부하고 숙제하는 것만으로 그정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그게 너무 기가 막혔었다. 세상은 넓고 공부잘하는 애들은 많을 텐데… 내가 여기 이렇게 있다간…

그래서 과학고등학교에 지원해서 들어갔다.
내 입학 점수는 60명중 50등이었다.
들어가보니 정말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았다. 나는 중학교때 숙제 말고는 공부를 한게 없었는데 이미 중학교때 종합영어나 정석 같은 것을 미리 공부해온 강남 애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다니는동안 완전 주눅이 들기도 하고, stress 엄청 받고, 하루 4-5시간씩 자면서 공부하고… 그래서 결국 대충 그중에 top 15% 수준까지 점수를 올려서 졸업했었다.

대학교 가서 1학년때부터 나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래서 받은 첫학기 학점이 3.4인가 뭐 그랬다. -.-;
더 공부해서 두번째 학기에 조금 더 올리고, 세번째 학기엔 더 올리고…
대학교때 열심히 공부할때는, 일주일동안 통틀어서 10시간남짓 자면서 공부한때도 있었다.
그래서 3학년때 부터는 한두과목 A0 받고 모두 A+ 받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과수석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그래도 top school에서 과수석 했으니… 세상은 넓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많은데… 이 생각이 또 들었다.

유학을 왔다.
처음에 역시 버벅거렸다. 숙제가 뭔지도 못알아듣고… 완전….
게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지도교수에게 쫓겨나고… 하여간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박사 졸업할때쯤 되면 대충 우리 실험실에서 ‘괜찮은’ 업적을 남기고 졸업하는 수준은 되었다.
그래도 내가 졸업한 학교가 꽤 괜찮은 학교이고, 우리 지도교수는 그쪽 분야에서는 one of the best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쿨럭…

(오늘은 글이 좀 길어져서… 내일 계속… 그런데 글을 여기서 마무리 지으면 너무 밥맛인데… -.-;)

학벌 (7)

그럼, 한국의 상황을 놓고 보았을때…
한국의 지방대가 서울대보다 더 떨어지는 이유는 high profile의 학생이 안가기 때문이고…
다시 말하면 지방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보다 더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제일 큰 이유이다?

음…
혹시 이렇게 보는 것은 어떨까.

어쨌든 전국의 모든 학교들을 입학점수 순으로 줄을 세우는 환경 속에서,
각각의 대학이 그 대학만의 자유로운 특징을 발전시키고 promote할 만한 환경 자체가 말살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다양한 선택이 대학 입학에서 가능해지기 보다는 더 치열한 경쟁과 우열관계 만이 남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유롭고 다양한 관점과 사람을 용납하기 보다는,
모두를 일렬로 줄세워서 선착순을 시키는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 낳은 결과라는 것.

그렇게 건강하지 못한 시대정신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은,
학벌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조금 더 공정한 그리고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평가와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교육에 대해서,
보수주의자들은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들을 교육시켜야한다는 관점을 가지기 마련이고,
진보주의자들은 아무래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기 마련일텐데…

적어도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조금만이라도 다양성의 문을 열어준다면 숨막히는 경쟁과 불공정한 편견이 약간은 해소되는 길이 생기진 않을까…

학벌 (6)

그러면, 한국과 미국에서 내가 경험했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한국이 미국보다 학벌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하다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꽤 심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그런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데,
또 다른 차이를 가지고 오는 요인은, high profile의 학생들이 모두 Harvard나 Stanford같은 학교만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다른 선호의 이유로 Ivy와 그 level의 학교들만을 가지는 않는다.
내가 민우 대학을 research 하면서 알게된 것이었는데 실제로 내가 이름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들어가기는 Ivy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Liberal Arts 학교들이 정말 많이 있었고, 또 그렇게 competitive하지 않는 학교라 하더라도 완전 high profile을 학생들이 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학교 ranking이 낮아질수록 high profile의 학생이 가는 비율도 낮아지지만…
한국과 같이 모든 학교들을 일렬로 줄 세워서 학교를 지원하는 것과는 달랐다.

내 박사과정 지도교수와 같이 엄청 똑똑한데도 MIT를 가지 않고 University of Iowa를 가는 사람이 미국엔 그래도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서울대 갈 실력이 되는데 강원대를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옛날엔 – 내 아버지 세대엔 – 좀 더 있었는데 요즘은 더 찾기 힘들다.)

또 그렇게 될 수 있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에서는 대학마다 정말 특징이 있다.
어떤 학교는 아주 strict한 course work을 교육의 지표로 삼아서 교육하고, (그래서 core requirement가 많고)
어떤 학교는 반대로 아주 느슨하고 자유로운 course work을 짜 놓았다. (그래서 core requirement가 거의 없다.)

그래서 가령, strict한 course work을 원하는 사람은, 느슨한 course work의 학교의 커트라인이 더 높다 하더라도 자기의 선호에 따라서 더 낮은 ranking의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다.

가령, 민우는 liberal arts education을 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나도 민우가 그런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우의 이런 preference 때문에 내가 참 좋다고 생각했던 학교의 70% 이상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었었다.
물론 민우가 Harvard를 갈 실력이 되는데 못갔다 그런건 아니다. ^^
그렇지만, 실제로 민우가 Harvard를 갈 실력이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민우가 Harvard 가는 것은 막았을 것 같다. 그리고 MIT를 가겠다면 아마 결사 반대 했을 것이다. ^^

학벌 (5)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적어도 내가 경험하기에,
미국에서는 그 출신 대학교별로 실력차이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박사과정을 할때 만났던 여러 동료들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나왔던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물론 Stanford 출신들은 거의 대부분 엄청 똑똑하다. ^^
그리고 University of Nowhere 출신들은 당연히 Stanford 출신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University of Iowa 출신이 Stanford 출신보다 더 똑똑하고 일도 잘하고 하는 것을 보는 경우가…
전북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보다 더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흔하다고 느껴진다.
(사실 MIT의 내 지도교수가 학부가 University of Iowa 출신이었다. ㅎㅎ)

왜 그럴까?

내가 예전에 아마도 무슨 NPR의 radio program에서 들었던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fresh air나 radio lab이나 뭐 그런 것)
대충 내용은 이렇다.

미국의 고등학생들 중에서 아주 똑똑한 사람들을 sampling 해서 몇년에 걸쳐서 계속 study를 했다고 한다.
대충 비슷한 실력과 점수와 profile을 가진 두 그룹을 비교해 보았다.
top 1% 이상의 아주 뛰어난 그룹이었는데, 한 그룹은 Harvard나 Stanford 등의 top school에 들어갔고,
다른 한 그룹은 그 성적으로 자기 주에 있는 State school들을 들어갔다. (UC Berkeley 같은 학교가 아니고, University of North Dakota 같은…^^)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몇년 후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성공’해 있는가를 비교해 보았다.
그랬더니만 두 그룹의 income이나 직장에서의 승진 정도나 등등이 거의 차이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결국은 성공에 있어 그 사람의 자질이나 실력이 더 중요하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가 하는 딱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어쩌면 내가 미국의 대학원과 직장에서 바로 그런 것을 본 것이 아니었을까.

학벌 (4)

학력고사 점수별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편견의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테고, 극복해야할 bias일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과학원’에서 보았던 그 차이가 어디에서 왔을까… 편견이라는 큰 factor를 제외하고 나열을 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1) 실제 능력의 차이.
어제 글에서 썼던 것 같이 고3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다들 최선을 다해서 죽어라고 공부한 결과이니,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그 결과가 학력고사 점수라는 것으로 반영되어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2) 교육 환경의 차이
서울대 교수와 지방대교수 사이의 실력차이는 사실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 teaching skill에 대한 것은 서울대 교수들이 지방대 교수들보다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학력고사 310점짜리들이 모인 class와 학력고사 250점짜리들이 모인 class는 그 환경에서 차이가 날 가능성이 많이 있다. 서로 challenge하는 분위기라던가, 함께 만들어가는 높은 기준 등등이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3) 자신감
서울대 출신들은 지방대 출신들보다 아무래도 더 ‘자신감’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말하자면 같은 실력이어도 지방대 출신들이 주눅이 들거나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있다면 더 잘 할 수 있는데, 괜히 위축되고나면 잘하던 것도 버벅거리기 마련이다.

(4) 평가 기준의 문제
내 생각엔 이게 아주 클 것 같은데…
말하자면 평가를 하는 사람도, 평가를 받는 사람도 모두 ‘학력고사 잘보기’로 평가를 주고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했는 거다.
그래서 실제로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는데요, 학력고사를 잘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마치 대학원생활을 잘 하는것이라고 평가를 하는 것이다.
제대로 말하면, 사실 대학원에서의 평가기준은 얼마나 시험을 잘 보느냐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는대도 말이다.
다들 학력고사라는 기준에 익숙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평가자가 되어 있으니… 그것 말고는 다른 식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빠진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런데,
나도 경험을 했지만, 분명히 이런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출신보다 나은 연대 출신들이 분명히 있고, 연대 출신보다 나은 성균관대 출신들이 분명히 있다.

다만,
서울대 출신보다 나은 연대 출신의 비율이,
서울대 출신보다 나은 충남대 출신의 비율보다 높다고 느껴지긴 했었다.
이것 역시 편견일수 있겠지만.

(이쯤에선 읽으면서 열 받는 분들이 분명 계실텐데… 아직은 조금 더 내 경험과 생각과 논지를 전개해볼 생각이다.)

학벌 (3)

이번 글은 아마 욕을 많이 먹을 가능성이 있는 글이다.
많이들 욕해주시길… ㅎㅎ

내가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때, 거기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재료공학과 였는데, 내가 대학교를 들어갈때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는 공대 전체에서 제일 커트라인이 높은 과 가운데 하나였다. 그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출신들도 대학원에 있었다. 그보다 약간 커트라인이 낮았던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들도 있었다. 또 연대, 고대, 한양대… 그리고 아마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보다 학력고사 커트라인이 최소한 50이상 더 낮았을 학교 출신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같이 학력고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고.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아끼던 (서울대 출신의) 어떤 교수님이 언젠가 나와 단 둘이 있을때…

그래도 과학원(그때는 KAIST를 과학원이라고 불렀다. ㅋㅋ)에 들어올 정도면 다들 똑똑한 것일텐데 말이야,
일을 시켜보면 거의 예외없이 애들이 학력고사 점수 순서대로 일을 잘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도 당연히 보는 눈이 있으니…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누가 더 실험을 잘 하는지 하는게 당연히 보였다.
그런데, 정말 정직하게 말해서… 그 교수님의 이야기가 얼추 맞았다.

예외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가끔 학력고사 점수 20점쯤 낮았을 사람이, 서울대 출신 사람보다 더 창의적인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도 많은 경우에는… 저 사람은 참 창의적이고 일 잘하는데 아마도 이러이러한 점이 모자라서 서울대 못갔을꺼야… 이런식으로 설명이 되는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때 편하게 얘기할수 있는 ‘과기대'(당시는 KAIST 학부과정을 과기대라고 불렀다.) 애들하고 같이…도대체 왜 그럴까 그런 분석을 해보기도 했었다.
어설픈 분석으로 애들이 얘기했던 것은, 어쨌든 고3때는 다들 죽어라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하니까… 어찌되었건 간에… 그때 점수는 적어도 그런 평가방식에 관한한 꽤 정확한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나… 뭐 그런 얘기들을 했었다. 물론 그 평가방식이 얼마나 합리적이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겠지만.

지금 그때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렇게 KAIST를 졸업한 애들 중, 서울대 출신으로 지금 그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방대 출신으로 그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우리가 ‘과학원’에서 봤던 서울대 출신과 지방대 출신의 명확해 보이는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것 같이 그 차이는 그 사람들의 능력의 차이였을까?
후광효과는 얼마나 있었을까?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있다.
(내일 조금 더 이어서…)

학벌 (2)

내가 민우를 평가하기엔,
민우가 정말 top school에서 완전 휘잡을 정도의 천재는 아니다. ^^

아니, 네가 그런걸 어떻게 아느냐… 이렇게 물어볼 사람이 있겠는데,
사실 내가 그런 천재는 아니더라도, 사실 천재들을 꽤 많이 만나봤다. ㅎㅎ
그래서 그런 천재들이 어떤지 안다.
그런 천재들은 늘 ‘이 정도 하면 참 저 나이에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내 바운더리가 있으면 그걸 넘어서는 사람들이었다.
가령, 예를 들면, 덧셈을 가르쳐주면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하고나서, 그 다음날 곱셈의 원리를 설명을 해낸다던가,
미분을 가르쳐주면 혼자서 적분의 원리를 깨우친다거나 뭐 그런 류의 천재들 말이다.

민우는 참 똑똑하고, 성실하고, 꼼꼼하고, 나보다 훨씬 더 creative하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하기에 그렇게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것을 별로 많이 보여준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전혀. 내가 천재가 아닌데 뭐.)

나 스스로 좋은 학교들을 다니면서 자신의 능력보다 더 좋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심하게 불행하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었다.
그게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어쩌고 그런 류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그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어느학교 출신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내내 입고 있음으로써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시각도 흐려지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야망과 탐욕과 시기에의해 불살라지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았다.

나는 절.대.로. 민우가 그런 사람이 되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민우가 갈 수 있는 최대치의 학교보다 더 ‘낮은’ level의 학교에 가게하고 싶었다.

물론 여러 학교에대해 실제로 research도 해보고 하면서 알게된 것은, 학교의 여러 특성들이 꽤 다르기 때문에 학교들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고 어느 학교가 더 높고 어느학교가 더 낮고… 식의 도식을 그리는 것이 참 바보같은 것이라는 것을 많이 깨닫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