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에 layoff 통보를 받았는데, 대충 이번 봄 쯤 부터 뭔가 회사 분위기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긴 했었다. 그래서 실제로 정식 layoff 통보를 받기 전에도 조금씩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긴 했었다.
회사와 내가 일하는 project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실제 더 큰 문제는 나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쫓기면서 살고 있었다.
조급함 (being hurried)과 바쁨 (busy)는 다른 의미이다.
조급함은 마음의 상태이고 바쁨은 물리적으로 시간 내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쁘더라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나는 정 반대였다.
그렇게 많이 바쁘지 않을 때에도 나는 늘 쫓기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그건 회사에서 물론 제일 분명하게 나타났다.
일을 버벅거리면서 천천히 하는 사람들을 못견뎌 했다. 물론 나도 사회생활을 그래도 좀 오래 했기 때문에 그걸 늘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빠릿빠릿하지 못한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멸시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마치 좀 열등한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미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상태가 회사 뿐 아니라 다른 일상 생활에서도 연장되었다.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길게 하는 사람들을 참 못견뎌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때도 빠릿빠릿하게 하지 못하는 점원을 힘들어 했다. 운전할때 내 앞에서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을 미워했다.
그렇게 쫓기는 마음으로 사는 상태가 지속되자, 기도가 삶에서 급격하게 사라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절대자 앞에 나가는 일이 시간낭비같이 느껴졌던 것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말씀 묵상을 할때도 정말 급한 마음에 숙제를 하듯 후다닥 할때가 많았고, 그나마 그것도 매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데 말씀과 기도라는 형식이 남았고 하나님과의 만남이 내 삶에서 매우 희미하게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