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보스턴에 오래 살게되면 Red Sox를 응원하지 않기 어렵다.
물론 어려서부터 계속 다른 팀을 응원하던 사람이 보스턴에 이사를 가면 고통스럽게 자기 고향팀을 응원하겠지만,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이사를 갔거나, 따로 응원하는 팀이 없는데 보스턴에 가면 그 분위기에 휩쓸리게 된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보스턴에서는 제일 사람들이 운전하면서 많이 듣는 것이 스포츠 라디오다.
여기서는 하루 종을 Red Sox과 Patriots등 보스턴 스포츠 팀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에서도 Red Sox 이야기가 제일 많다.
Red Sox가 World Series 우승을 하고 나면 학교에서도 따로 축하하는 event를 열기도 한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Red Sox를 응원한다.

나도 보스턴에 살때는 어느정도 Red Sox를 응원했지만 이제는 그럭저럭 잊고 살게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 내게는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치매에 거동이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떤 노인, 그 노인을 돌보며 고생하는 부인, 수술 후 여러가지 후유증을 겪어가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 경제적인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사람,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 우울증과 싸우는 사람, 암투병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을 돌보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최근에 떠나보낸 사람, 건강을 잃어버린 사람, 꿈을 잃어버린 사람, 믿음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 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 자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 부부관계가 어려운 사람, 최근 파혼을 하고 힘든기간을 보낸 사람,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여러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하나님과 사람들을 섬기려고 분투하는 사람…

요즘 우리 동네에서는 San Francisco Giants가 꽤 잘하는 편이다. 게다가 거기에는 한국선수도 있어서 한국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 내가 Red Sox를 응원했던 것 처럼 그렇게 Giants를 응원할 마음의 여유가 내겐 없다.
하지만 위에 내가 언급한 사람들은 내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내가 그 경기에 도움도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예전에 Red Sox에 환호하던 도시의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소리를 지르던 모습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응원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나 혼자서 골방에서 그들을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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