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은 거대한 판타지 서사를 읽는 것과 같다.
고난 당하는 하나님의 백성,
그 백성을 괴롭히는 악,
결국 악을 물리치고 세상의 그분의 아름다운 통치를 이루시는 하나님.
그러면서 드는 생각.
요엘서를 보면, 주의 날 (The day of the LORD)에 메뚜기떼가 온다.
주의 날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자신들의 억울함이 해결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한 이방민족들이 심판받는 날이다.
그런데 요엘서에서는 그 메뚜기떼가 이스라엘 땅을 치신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기습공격이었을 것.
예수님 당시에도 역시 히브리민족중 일부(혹은 다수)는 메시아가 와서 회복을 선언하실때 자신들의 민족적 주권이 회복되는 것을 바라셨고 이스라엘의 회복이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예수님께서는 그 기대를 깨시며 그것보다 더 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그렇다면….
요한계시록 역시…
그때만 되면 우리가 다 구원받아 천국가고 그때부터는 고생끝… 뭐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너희의 그 기대가 잘못되었다.
자기최면과 같은 자기 확신을 믿음이라고 착각하는 너희들에게 끝없는 파라다이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어쩌면 너희들은 그 나라가 올때 정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큰 소망의 책이지만, 그러나 역시 겸손하게 읽어야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