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두주

지난 두어주는 약간 맥이 빠진 상태로 보냈다.
아마 육체적으로 좀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겠고, 많은 생각과 정신을 쏟아야 했던 것이 한단계 지나서 좀 정신적/정서적으로도 쉬는 것이 필요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쉬다보니 밤에 괜히 멍하게 youtube에 반복되는 뉴스들, 시덥잖은 영상들이나 보고 있고,
별로 가치있게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다지 쌈빡하게 잘 쉬지도 못하면서 애매하게 시간을 보낸 듯 하다.

그러다가,
아… 가을학기부터 성경공부를 또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에 여러가지 성경공부 자료들을 모으고, 나름대로 본문도 살펴보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follow-up도 다시 시작하고 나니 이메일이나 카톡등으로 질문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좀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부르르 떨면서 해보았다.

이제 나도 비로소 금년 PKS가 끝난 듯 하다. (PKS: Post-KOSTA Syndrome)

High maintenance

회사에서 두종류의 정말 매우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 있다.

A는,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뭘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이 사람이 또 엄청 detail을 챙긴다. 그리고 눈치가 없다.
그래서 이 사람이 미팅 중에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질문하기 시작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다 써버리게 된다.
이 사람에게는 매우 자주, 지금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무엇이고, 오늘까지 무슨 일이 되어야 하고, 오늘 미팅의 목적은 무엇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따로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B는 말하자면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다. 무슨 말을 해도 자기 변명을 하는데 오랜 시간을 쓴다.
문제는 그 사람의 변명이 전체 팀에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 사람에게는 또 매우 자주, 네가 잘한다. 너 문제 없다. 네가 한건 중요하다 등등… 엄청 칭찬을 많이 해주어서 이 사람이 쉽게 낙심하거나 심하게 방어적이 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 그리 똑똑하지 않아서 뻘짓을 꽤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내 나름대로는,
어쨌든 그런 high maintenance 사람들 조차도 쉽게 dismiss하지 않고 여러가지로 격려하고 지지해보려 하는 것인데….
참 쉽지도 않고 에너지도 정말 많이 든다. ㅠㅠ

그런데 예수님이라면,
그런 사람들을 나처럼 귀찮게 생각하거나 그러지 않았을 테지. 그 사람들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사람들의 독특한 것들을 잘 세워주셨겠지….

결국 예수님 입장에서는, 나도 high maintenance인 셈이다.
그런 원칙을 자꾸만 remind 해주어야 하니 말이다.

고통

어떤 사람의 고통은 내게 그렇게 큰 고통으로 느껴지지 못하고,
어떤 사람의 고통은 내게 연민을 가져다주고,
어떤 사람의 고통은 더 큰 아픔을 주지만…
어떤 사람의 고통은 차라리 그 고통이 내것이었으면 하고 느끼게 한다.

그 사람의 고통을 내가 함께 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 좌절하고,
그 고통 속에 함께 있고 싶어하게 된다.
심지어는 내가 겪는 고통보다 더 힘들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단히 거룩하거나 숭고하지는 않다.
종교적이거나 아름답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저 그 고통 속에 내가 있다는 자각이 있을 뿐이다.
그 고통을 더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십자가는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선포의 대상이라는 케네스 리치의 말을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삐딱한 사람, 간절한 사람

믿음에 대해 삐딱한 사람이 믿음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
이때는 그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한편 그것에 대한 부담감은 더 적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어차피 내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큰 실망이나 상처를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에는 대개 내쪽에서의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큰 경우가 많다.

믿음에 대해 간절한 사람이 믿음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
이때는 대개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그 사람이 쏙쏙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이런 사람은 어떻게든 이 모든 노력을 통해서 좋은 것을 얻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해 대답을 해주는 내가 좋은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대화에 임한다.
그러니 어찌 어찌 하다가 그 사람이 실망하거나 심지어 상처를 받게되면 그 사람의 실망과 상처는 매우 깊다.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에는 대개 그쪽의 간절함이 더 크지만 내가 매우 큰 영적 부담이 있다.

그래서 어떤 부류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믿음에 대한 대화라면 늘 마음에 부담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힘들고… 무겁다…ㅠㅠ

Self Evaluation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기면 생길수록 그 사람은 더 성숙해진 것이다.

그것은 개인으로 보아도 그렇지만,
어떤 조직이나 단체, 운동 등도 마찬가지다.

처해진 상황이나 주변의 환경때문에 주변으로부터 객관적인 feedback을 받는 것이 매우 부족한 경우,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자기 자신이 해야하는 한계에 도달할 수 밖에 없게된다.

그러면 그 개인이나 단체는 자신과의 매우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KOSTA가 끝나고 많은 목소리들이 들린다.
어떤 분들은 자신이 했던 일들이 잘 되었다고 축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 매우 가치있고 소중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드물긴 하지만 비판적인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내가 KOSTA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기적인 바람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별로 기억하지 않는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그걸 잘 하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냥 좀 그렇게 하고 싶다.

바빠서 정신없이 다니다가,
캠퍼스 곳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를 하기도 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이다.

많은 이들이 설교에 집중하며 반응하고, 기도를 하면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는 것은,
중독성이 있을만큼 감동적이다.

Somehow,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어떤 이들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은 참 짜릿하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감정들은 내가, 우리가 했던 일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반성하는데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숙제

지난주 나름 엄청 뛰었다.
이번에는 나름 할일이 많지 않고 여유로울 것이라고 착각했으나…
해야겠다고 했던 일들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하루 4시간씩 자며 한주를 보냈다.

결국 숙제를 잔뜩 안고 돌아왔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숙제일지 잘 몰라 고민중이다.

삶은 빡빡하고, 고민은 많고, 무게는 무겁고, 풀리지 않는 숙제는 많다.

old computers

어찌어찌하다보니 회사에서 받은 컴퓨터가 총 4개나 된다. 그리고 내 개인 컴퓨터가 1대.

  1. 2018년 Windows desktop
    제일 많이 쓰는 건 회사 office에 있는 windows desktop
    처음 이걸 받았을때 완전 놀랐다. 아니 이런걸 나에게 준다고? 정말 무지막지한 스펙으로 받았는데…
    이제는 벌써 5년정도 되었다. 5년전 기준으로 꽤 최근 Xeon processor가 들어가 있고, RAM은 64GB이고…
    적어도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을 하는데 이건 여전히 전혀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2. 2019년 macbook pro (16 inch)
    인텔 맥북으로 마지막 버전. 이것도 꽤 쓸만하고, 일상적으로 일하는데 쓰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아주 빡빡하게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고, chrome tab 30~40개 띄워놓고 일하면 살짝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집에서 회사 일할때는 이걸 제일 많이 쓰고 있다.
    그래도 아마 앞으로도 1~2년은 충분히 잘 쓸 수 있을 듯.
  3. 2023년 macbook pro (14 inch)
    M3 pro가 들어가 있는 macbook pro.
    어찌어찌 하다보니 별로 쓰고 있지 않은 laptop. 출장갈때는 무조건 이거. 집에서 일할때도 좀 쓴다.
  4. 2024년 macbook pro (16 inch)
    M4 max가 들어가 있고, 아마 1번의 desktop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쓰고 있다. 회사에서 meeting 들어갈때는 이거 가지고 다니고. 내 컴퓨터들 중에서 가장 최신 버전.
  5. 2023년 macbook pro (14 inch)
    금년초에 중고로 산 내 개인용 laptop. 성경공부용, KOSTA 등 일을 할때 쓰는 용도.

    지금 보면 6년된 컴퓨터도 새 컴퓨터와 비교해서 전혀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내가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비디오 에디팅이나 CAD 같이 높은 성능을 필요로하는 일을 하지 않으니 새 컴퓨터가 필요 없는 것.

    5-6년 지난 컴퓨터와 최신 컴퓨터 사이에 별로 성능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하는 일이 별거 아니기 때문.
    반대로 크게 demanding한 일이 아니라면 컴퓨터의 성능을 최대로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나도… 뭐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
    내가 그렇게 최상의 performance를 내면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저 뭐든 열심히 한다는 식의 자세가 때로는 불필요한 낭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녁시간

한동안 나는 아침 일찍 일을 해야했었다.
유럽에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했고, 그러면 아침 7시쯤 conference call을 하게 된다.

또 미국 동부에 있는 사람들과도 한동안 일을 했는데, 아침 6시쯤 부터는 이메일이 쏟아지곤 했다. (그 사람들 9시 출근 시간이니)

요즘은 아시아쪽과 일을 많이 하는데, 덕분에 밤에 conference call이 많다.
저녁 시간에 일이 무슨 연락을 받으면 부랴부랴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conference call을 급하게 잡기도 하고.

이제 7월 둘째주부터는 KOSTA follow-up을 해야하는데,
이게… 좀 만만치가 않게 되었다.
저녁 시간에 일을 할때가 많으니, 저녁에 follow-up 그룹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거다.

그래서 주중에는 못하고 주말에만 시간을 내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 이후 가을학기 성경공부다.
보통 주중에 한 그룹, 금요일 한 그룹, 토요일 한 그룹 이렇게 세그룹을 했었는데,
주중 한 그룹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약간 막막하다…ㅠㅠ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

다음주 집회를 앞두고, 주말부터 간사들은 준비를 시작한다.
그저께 밤에는 final simulation conference call도 마쳤고.

ㄱ 간사가 이번에 간사들 도착해서 모였을때 주일 예배 설교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약간 망설였지만, 다른 마땅한 사람 없으면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짧게 카톡대화를 마치고…
그야말로 한 15분만에 30분 짜리 설교를 뚝딱 만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고 그것들을 정신없이 정리하면서 설교를 후다닥 준비했다.

늘 그런건 아닌데 가끔 그럴때가 있다.
30분이고 1시간이고… 길게 해야하는 이야기가 그야말로 한 10분만에 후다닥 머리속에 떠올라 내용이 다 만들어 지는 일.
나 혼자 생각으로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특별할때 도움을 주시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지난 한주는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이야기도 하면 좋을 것 같고,
또 생각해보니 이런 이야기도 더하면 좋을 것 같고…
그러다보니 설교가 너무 길어졌다.

다들 일하러 모여서 엄청 힘들게 일하고, 잠깐 주일 오후에 모여서 드리는 주일 예배인데,
뭐 얼마나 사람들이 그 예배 설교를 기대하겠나.
그저 후다닥 빠르게 마음 준비 잘 하는 짧은 설교 듣고 다시 일하러 가야겠다는 생각들을 할텐데…

내가 간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해야하는 말만 잘 추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운 일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