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요한계시록 다음에 스바냐를 본문으로 한 매일성경의 탁월한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읽다보니, 요한계시록과 스바냐를 쌍으로 읽으면 아주 좋은 것 같다.

적어도 내겐 매우 그렇게 읽힌다.

하나님 나라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그런데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를 그릴때, 내가 살기 좋은 나라, 내가 편한 나라, 내가 즐거운 나라를 머리에 떠올린다.

그런 시각을 깨는데는 스바냐같은 본문이 딱이다!

피정

Retreat이라고 하는 말을 한국 개신교에서는 수양회라고 번역하곤 한다.
그런데 retreat의 문자적 번역은 후퇴다.
일상으로부터 물러서는 것이다.

내겐 휴식이나 휴가나 여행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내겐 피정(retreat)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긴 시간 피정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는 내 시간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유가 비교적
그러니, 어떻게든 묵상과 기도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내는 것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어떻게든 한 반나절이라도 시간을 내어볼 생각이다.
내 영혼이 말라죽어가는 듯 하다.

요한계시록

요한계시록은 거대한 판타지 서사를 읽는 것과 같다.

고난 당하는 하나님의 백성,
그 백성을 괴롭히는 악,
결국 악을 물리치고 세상의 그분의 아름다운 통치를 이루시는 하나님.

그러면서 드는 생각.

요엘서를 보면, 주의 날 (The day of the LORD)에 메뚜기떼가 온다.
주의 날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자신들의 억울함이 해결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한 이방민족들이 심판받는 날이다.
그런데 요엘서에서는 그 메뚜기떼가 이스라엘 땅을 치신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기습공격이었을 것.

예수님 당시에도 역시 히브리민족중 일부(혹은 다수)는 메시아가 와서 회복을 선언하실때 자신들의 민족적 주권이 회복되는 것을 바라셨고 이스라엘의 회복이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예수님께서는 그 기대를 깨시며 그것보다 더 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그렇다면….
요한계시록 역시…
그때만 되면 우리가 다 구원받아 천국가고 그때부터는 고생끝… 뭐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너희의 그 기대가 잘못되었다.
자기최면과 같은 자기 확신을 믿음이라고 착각하는 너희들에게 끝없는 파라다이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어쩌면 너희들은 그 나라가 올때 정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큰 소망의 책이지만, 그러나 역시 겸손하게 읽어야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