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Update (3)

그리고 어쩌면 더 심각한 나의 문제는,
내가 하나님은 신뢰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선한 분이라는 건, 그래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셨다는 것도 내 믿음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걸까 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져있었던 것 같다.

이게 뭐 딱 의심이 커졌다거나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그저 그 하나님의 사랑이 내게 더 이상 personal하게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건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
몇가지 내 삶의 정황과 지난 몇년간 내가 걸어왔던 일종의 transition때문에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우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아직도 아프다.
또, 그 아팠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기도 하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그렇게 아픈 경험을 하게된건, 내게도 영향이 컸다.
내가 조금 더 건강한 상태였다면 그때 하나님을 잘 바라보고, 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치료와 회복의 과정 속에서 하나님을 잘 바라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던졌고,
내가 해야할 일들에 더 많이 집중했다.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이건 내게 매우 해로운 생각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또한,
내가 성경을 읽어온 방식이 지나치게 ‘과학적 사고방식’으로의 접근이었다.
성경 텍스트를 학문적으로 읽으면서 분석하는 것을 즐겼고, 그것이 내게 당연히 유익이 많이 있었지만,
그 본문을 내게 주시는 본문으로 읽는 리듬은 언제 부터인가 많이 놓쳐왔던 것 같다.

그래서 성경은 내게 더 ‘객관적인 책’이 되었고,
하나님도 내게 조금 덜 개인적인 분이 되었던 것 같다.
이것도 역시 후에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Thanksgiving 휴가중 blog 쉽니다.)

Status Update (2)

8월 말에 layoff 통보를 받았는데, 대충 이번 봄 쯤 부터 뭔가 회사 분위기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긴 했었다. 그래서 실제로 정식 layoff 통보를 받기 전에도 조금씩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긴 했었다.

회사와 내가 일하는 project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실제 더 큰 문제는 나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쫓기면서 살고 있었다.
조급함 (being hurried)과 바쁨 (busy)는 다른 의미이다.
조급함은 마음의 상태이고 바쁨은 물리적으로 시간 내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쁘더라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나는 정 반대였다.
그렇게 많이 바쁘지 않을 때에도 나는 늘 쫓기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그건 회사에서 물론 제일 분명하게 나타났다.
일을 버벅거리면서 천천히 하는 사람들을 못견뎌 했다. 물론 나도 사회생활을 그래도 좀 오래 했기 때문에 그걸 늘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빠릿빠릿하지 못한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멸시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마치 좀 열등한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미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상태가 회사 뿐 아니라 다른 일상 생활에서도 연장되었다.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길게 하는 사람들을 참 못견뎌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때도 빠릿빠릿하게 하지 못하는 점원을 힘들어 했다. 운전할때 내 앞에서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을 미워했다.

그렇게 쫓기는 마음으로 사는 상태가 지속되자, 기도가 삶에서 급격하게 사라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절대자 앞에 나가는 일이 시간낭비같이 느껴졌던 것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말씀 묵상을 할때도 정말 급한 마음에 숙제를 하듯 후다닥 할때가 많았고, 그나마 그것도 매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데 말씀과 기도라는 형식이 남았고 하나님과의 만남이 내 삶에서 매우 희미하게 되어갔다.

Status Update (1)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주가 지났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 약 3개월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기도, 독서, 성경묵상, 성찰, 사색등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늘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잔잔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거의 대부분의 시간 그 기도, 독서, 성경묵상, 성찰, 사색등은 매우 격렬했고 고통스러웠다.

적어도 지난 35+년동안 성인으로서 살아온 내 삶을 돌이켜보면,
삶의 위기나 변곡점이 있을 때 마다 내 신앙은 quantum jump를 하듯이 깊어지곤 했다.
그리고 이번 layoff 기간을 맞으며 내가 고대했던 내 안에서의 변화도 역시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기 보다는 하나님을 찾는 시간에 가까웠고,
결국 그 기간을 모두 끝내고 다시 회사에 출근하는 시점이 되었을때 나는 일종의 ‘정기 점검’을 마친 차와 같이 다시 달릴 준비가 잘 되었다기 보다는…
많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여전히 가진 채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이전 layoff가 거의 정확하게 10년전이었다.
나는 지금보다 10년 더 젊었고, 그렇게 생각하면 더 미숙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발견한것은 어쩌면 10년전의 내가 더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년만에 다시 경험한 layoff를 통해서 나는 더 성숙해졌을까?
글쎄… 성숙해졌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10년동안 내 이곳 저곳이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