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출장

지난주, 태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 절반은 방콕에, 후반부에는 파타야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나는 평소 태국음식도 좋아했고, 태국은 가보지 않은 나라여서 기대를 그래도 조금 했다.

그런데, 다음의 몇가지가 내겐 좀 우울하게 느껴졌다.

첫째,
나는 그래도 꽤 좋은 호텔에 묵었다. 그리고 대개 돌아다니면서 식사를 할 시간이 없으니 호텔 혹은 호텔 근처에서 아침과 저녁을 해결하고 점심은 공장에 가서 먹었다.
그런데, 내가 먹었던 식사가 결코 싸지 않았다. 호텔 저녁부페는 고급이었으니 비쌀만 하다 싶기도 했지만 현지 가격으로 1800 THB까지도 되었다. (거의 58 USD)
매일 그렇게 먹었던 것은 아니고, 대부분 호텔과 붙어있는 쇼핑몰 같은데 가서 먹었는데, 거기서 조금만 골라 들어가서 먹으면 한끼에 400~500 THB (13~16 USD)가 되었다. 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인걸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싼 거다.
그런데 듣기로는 현지 사람들이 먹는 night market같은 데서 먹거나 진짜 태국 사람들이 가는 음식점에가면 100 THB (3~4 USD) 수준에서 먹을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같은 식사인데 관광객들이 먹는 음식과 현지 사람들이 먹는 음식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현지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이랄까… 그런건 어떨지…

둘째,
사방에 왕실 사람들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 앞에는 뭔가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위한 장식(?)들을 해 놓았다. 이게 특히 작년에 왕대비 (지금 왕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그 사람을 추모하는 사진들이 많이 있어서 더 심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왕의 존재가 없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라고 살고있는 나로서는, 그 가난한 나라에서 왕으로 군림하면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그 나라의 국민들이 추앙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좀 불편했다. 왕실 모독죄 같은 게 아주 엄격해서 뭘 어떻게 해보기도 어렵다고 들었고.
사실 태국은 내가 알기로 예전에는 한국보다 더 앞서있는 경제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전쟁에 파병을 하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태국은 군부의 부패와 왕실의 무능 등이 겹쳐 계속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 왕실을 온 국민이 떠 받들고 있는 상황은…. 그냥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셋째,
파타야는 완전 환락의 도시였다.
호텔 앞에 조금만 나가면, 나이 많은 백인 아저씨가 젊은 야하게 입은 아시아 아가씨와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호텔과 공장 사이만 왔다 갔다 하느라 파타야 도시 자체 여기저기를 다닐 기회를 갖지는 못했지만,
호텔에 가까운 곳에도 아마도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가난한 환경 속에, 부패한 부자나라의 늙은 돈이 들어오면서, 그저 추한 모습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도덕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떠나… 그저 그냥 많이 마음이 불편했다.

넷째,
태국에서는 여러곳에서 불상 혹은 불교 관련된 장식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탔던 모든 택시에는 다 불상이 dashboard에 있었고,
도시 구석구석에 복을 비는 작은 사원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불교의 심오한 명상이나 참선 같은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진지하게 구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일종의 respect가 있다.
그러나, 불상을 부적으로 생각하고 가지고 다니거나, 그저 부적 앞에서 자신의 복만을 비는 식의 종교행위는, 특히 사회적 경제적 부조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종교행위는, 그저 안타까운 모습일 뿐이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 그래… 그게 지금 한국이나 미국에서 기독교인들의 모습인건데…

앞으로 태국에 조금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고,
계속 태국 사람들과 일하게 될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이 자신의 문화를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걸 듣는다면 아마 많이 불편할 것 같다.
그러니 지난주 내가 이렇게 불편하게 생각하게된 것 조차 어쩌면 어설프게 잘 못 아는 외국인의 교만한 판단일수도 있겠다.

앞으로 태국 사람들과 계속 더 일 하면서, 그 사람들로부터 더 배우고,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경험이 더 있게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