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론자 선배님께 드리는 편지 (2)

박 선배님,

저 정도의 실력과 학력이면 한국에서 몇 퍼센트 안에 드는 사람일까요? 혹은 미국에서는요? 전 세계로 보면요?

저는 그게 소숫점 이하로 표현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제가 고지에 이른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뭔가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소위 제 ‘눈’이 높아져서, 혹은 주제파악을 제대로 못해서, 괜한 peer들과의 경쟁의식 때문에 이미 고지에 올랐음에도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제가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소위 커리어 관리를 함에 있어 고지에 오르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할수도 있겠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일정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만일 제 아버지 세대에 지금 저와 같은 resume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도 저처럼 느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아 이정도면 정말 꽤 안정된 고지구나 하고 느꼈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저는 그 이유를 다음의 두가지로 설명합니다.

첫번째는,

이 신자유주의적 흐름 속에서, 성공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비해서 성공이 주는 보상(reward)는 대단히 큽니다. 일단 대박이 터지만 정말 크게 터지죠.

그렇지만 그렇게 안정된 보상을 받는 그룹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다수는 소위 성공하지 못한 loser로 살게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의 reward가 크기 때문에 성공을 향한 다수의 갈망은 예전보다 더 크지만, 실제로 성공에 이르는 사람은 적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은, 거의 대대로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기도 하고요.

두번째는,

어차피 성공 혹은 고지의 개념은 대단히 상대적입니다. 

연봉 1억/10만불 이상은 고지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고지라는 것이 그저 그 주변보다 더 높은 지대가 고지 이듯이, 성공의 고지 역시 주변보다 더 높아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그 기준이 대단히 상대적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하바드 출신이 가지는/느끼는 고지의 기준은, 중졸학력의 사람이 가지는 고지의 기준과 다를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 보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높아진 위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죄성 때문이 그렇다고 할수도 있겠지요.

One thought on “고지론자 선배님께 드리는 편지 (2)”

  1. 동감이 되요. 고지라는게 끝이 없다는거.. 또 일단 어떤 흐름에 들어가게 되면 원하지 않더라도 그 흐름을 따라가야 생존(세상적인 의미의)/생계가 가능한 게 현실이니까. 페이퍼 수 따지는 학계에선 페이퍼 수와 질이 고지를 판가름하지만, 타직종의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의미이기도 하고.. 또 고지라는 거 자칫잘못하면 무너져 버리는 것이고… 고지는 커녕, 생계를 위한 기도가 먼저 터져 나오는 현실 속에서 어떤 이론도 추종하거나 반대할 맘의 여유도 없이 사는 h 출신.

    그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할 수 있는 경지(고지)에 우리 함께 도다를 수 있음 좋겠어요. 과연 이 생에 가능할 지.. 너무나도 부족하고 약하고 육신의 안목에 좋은것들을 바라기도 하는 저이기에… 이제 비행기 보딩할 시간이 다가와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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