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put이 딸리는…?

나는 재료공학을 전공했지만, 쓰잘데 없는 코딩을 하는 걸 좋아했었다.

대학 2학년 때 였나…
룸메이트와 함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열심히 그 당시 ForTran을 가지고 밤을 새워가며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었다. 그때 아마 Back To the Future를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그때는 학교 LAN에 연결된 Unix system이었는데,
물론 지금과 같은 인터넷은 아니었고…
중간고사 끝내고나서 눈이 벌개져가지고 컴퓨터 실에 앉아서 그짓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 전공공부가 바빠지고 점점 코딩을 할 기회가 없어져서 이제는 아주 간단한 거 하나 짜라고 해도 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
그때 쪼금만 복잡한 계산을 하려고 한다거나, 무슨 무한루프 같은 걸 잘못돌리면서 screen에 그걸 표시하려고 하면 많이 error가 나곤 했다.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 그 error의 정식 명칭이 무엇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대충 풀어서 설명하자면, 계산을 할수는 있는데 그걸 화면에 표시하려니 표시하는 기능이 딸린다는 error 였다.
말하자면 머리 속에서는 생각이 많은데 그걸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error라고나 할까.

뭐 좀 길고 지루하게 설명을 했지만,
사실 내가 늘 그렇다.

어떤 사람은 매일 이렇게 글 쓰는게 힘들지 않는냐고 물어보는데,
뭐 글의 quality를 높게 쓰려면 좀 시간이 들겠지만..
이런 식으로 5-10분만에 주르륵 써내려가는 글을 쓰는건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다.

게다가,
내가 글로 쓰고 싶은 생각들의 절반도 글로 담아내지 못하니,
글을 쓸 주제가 딸리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output이 딸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의 영역에서는 더 심각하다.
말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내가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것의 거의 20% 수준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대충 말을 몇마디 해 보아서,
저쪽에서 금방 이해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으면,
나는 그냥 그 말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버리곤 한다.
내 언어 능력 (output)이 딸리는 것이다.

나는 내게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 글쓰기나 말하기의 능력을 향상시켜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이게 잘 향상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내게는 그런 문제가 계속 있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경우,
어떤 대화를 할때, 혹은 여러사람이 이야기를 할때,
그냥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한다.
머리 속에서 돌아가는 생각을 도무지 짧은 시간에 말로 표현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해를 많이 받을때도 꽤 있다.. 무시를 한다거나 말을 씹는 것으로.)

한동안은 내 이런 문제를 내 function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개선하고 고치려는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것이 function의 문제라기 보다는 내 ‘마음’의 문제임을 조금씩 발견하고 있다.

내 글쓰기나 말하기를 개선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함께 하는 사람을 위해서 생각을 slow-down하는 사랑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 없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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