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Update (8)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묵상하고 고민하는 것이 가장 내게 필요한 것일까?

여러가지를 생각하다가…
내게 정말 부족한 그리고 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은혜’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하나님께서 그렇게 내게 슬쩍 찌르셨던 것 같다. (He nudged me)

도대체 그럼 내가 어디서 은혜를 다시 깊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은혜의 개념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가 과연 내게 의미 있는 은혜라는 것을 어떻게 다시 재발견할 수 있을까?

은혜에 대해서 내가 읽은 책들중에 가장 방대하고 여러웠던 책은 Paul and the Gift라는 책이었다.
그런데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 학문적인 지식이 아니었다.
그 은혜가 과연 내게 의미있는 것인가 하는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마서를 반복해서 읽기 시작했다.
아마 지난 3개월여동안 로마서를 한 100번쯤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권의 책들을 다시 읽었다.
피터 엔즈의 확신의 죄,
박영선의 하나님의 열심,
찰스 스윈돌의 은혜의 각성
같은 책들.

하나님의 열심이나 은혜의 각성은 내가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때 읽었던 책들이니, 읽은지 거의 30년 만에 다시 읽은 것이다.

그리고 로렌 커닝햄의 책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벼랑끝에 서는 용기… ) 등을 읽으려 했으나, 그 책을 주문해서 읽기 전에 job을 찾았고, 다시 바빠져서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렇지만 조만간 다시 한번 읽어보려 한다.)

이런 책들은, 내 20대 초반에 읽었던 책들이고,
어쩌면 그로부터 진화해온 내 신앙의 여정 속에서 어느새 좀 많이 잊혀진 스타일의 신앙이 담긴 책들이다.
그리고 사실 이제는 살짝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기도 하고.

그러나… 이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내가 혹시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린 그러나 잊으면 안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다시 찾아보고 싶었다.

이 책들중 박영선 목사님의 하나님의 열심은 특히 내게 다시 은혜를 생각하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책에서 살짝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이제는 있지만, 그럼에도 박영선 목사님이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그 이야기들은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잊어버린 것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Status Update (7)

이 상황에서 내가 했던 것은,
처음에는 그저 허둥대며 버둥버둥하는 것이었다.

마치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강에 빠진것 같은 모습이었다.

기도도 해 보았다가, 혼자 여러가지 생각도 해 보았다가, 여러가지로 지혜를 찾아보기도 했다가, 그저 모든 것을 잊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거나 운동을 하거나 여러가지 잡일에 매달려 보기도 했다.

실제로 밤에는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식욕도 없었다.
밤에 잠을 못자고 낮에 졸면서 맥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마치 내 온몸이 경직되어서 마비된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다다른 지점은 이것이었다.

I need help. I need God.

그러면 도대체 내가 어디서 다시 하나님을 찾아야 할까? 어디서 그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살면서 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렸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내게 그것이 없어져 버린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하나님과 .re-connet하기위해 여러가지를 했다.

매일 아침에 시간을 좀 길게 잡고 말씀을 읽고 묵상을 했고,
역시 시간을 좀 길게 잡고 기도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말씀을 읽는건 그래도 며칠 이내에 좀 자리가 잡혔는데 기도는 영 힘들었다.
마음을 잡기위해서 contemplative prayer를 해보려고 했는데 우아… 세상에… 기도를 하기 위해서 눈을 감으면 쏟어져 들어오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이 나를 사로 잡아서 contemplative 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전혀 불가능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Status Update (6)

앞의 글에서 썼던 것 처럼,
나는 영적으로 많이 망가져 있었고,
내 정서적 상태가 건강하지 못했고,
많은 불안과 걱정의 상태에 있었다.

뭘 어떻게 풀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긴 한데, 엔진 오일은 새고 있었고, 브레이크는 잘 듣지 않았고, 여러 전기장치 경고등이 들어왔고, 타이어에 펑크가 났고, 에어콘/히트가 고장났고,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 와이퍼가 고장난데다, 연료가 간당간당 남아있는데 주유소까지는 아직 거리가 먼.. 그런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무엇부터 손을 봐야 할까? 과연 고칠수는 있는 걸까?

그런 상황에서 막 layoff를 당하다보니 첫번째 드러난 나의 문제는,
내가 이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주 주일 교회 설교에서 딱 이런 말이 나왔다.
오스 기니스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We may be in the dark about what God is doing, but we are not in the dark about God”

나는 이게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분명히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하는지 하는 것에 대해 나는 지혜가 없었고, –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시는지 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하나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 같다.

“I was in the dark about what God is doing, and I was also in the dark about God”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상태로 설교도 했고, 성경공부도 했고, 다른 지역에 가서 강의도 했고, 수련회 강사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길을 설명하며 상담도 했고, 그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I was in the dark about God.

Status Update (5)

나는 plasma라는 것을 공부했다.
그리고 그건 주로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나는 내 박사 전공분야로부터 멀이 떨어진 분야를 하게 되었다.
plasma를 반도체 공정이나 기타 다른 여러 공정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긴 하지만, 실제 그 plasma와 고체의 표면 사이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반도체 공정이나 기타 여러가지 공정에서 다소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plasma를 나름 꽤 분석적으로 따져서 모델링하고 그 자세한 메커니즘을 밝히는 일을 박사과정 때 했었다.

그러나 그쪽으로 부터 벗어나온지 꽤 오래 되었고,
그 이후에 한동안 consumer electronics쪽에서 display나 기타 다른 부품들을 개발하고 만드는 일을 했었다. 그 이후에는 medical device쪽에서 여러가지를 개발하는 일을 해왔다.
그중 어떤 특정 분야는 아마도 세계에서 나 만큼 여러가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자부할만큼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그런쪽으로 뭘 하는 job을 이곳 bay area에서 찾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bay area는 AI로 완전 다 난리다.
지난 10년~15년정도 거의 software engineering의 광풍이 불었다면,
요즘은 너도 나도 다 AI를 이야기한다.

그런 와중에… 나처럼 hardware를 만드는 것을 하는 회사도 많지 않고,
또 그중 나 같은 특별한 skill set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하는 회사를 찾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또 내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entry level의 엔지니어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데가 가기도 쉽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layoff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운 job을 찾는 일이 매우 막막하게 느껴졌었다.
불안하기도 했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그저 어떻게든 잘 되어서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잘 다닐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그러다 layoff를 맞았으니…
나는 몹시 불안했고, 이 모든 상황이 대단히 두려웠다.

Status Update (4)

늘 내게는 이런 저런 경로로 연락을 해서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년씩 연락없이 지나다가도 어려운 일이 생겼을때 내게 뜬금없이 연락해서 전화한번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는 그렇게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정말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서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금년들어서, 특히 layoff 통보를 받기 즈음에, 유난히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비교적 어렵지 않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도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거나 곤란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도무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지혜의 말이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이제 90세가 훌쩍 넘으셨으니 여러가지 건강 문제가 있으실 수 있겠지만,
그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매우 힘든 상황이 되어있다.
한국의 가족들과 전화를 하고나면 나는 몇시간씩, 어떤때는 며칠씩 그 힘든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힘들어하곤 했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일종의 죄책감 그리고 여러가지 부담감들이 나를 짓눌러 정말 견디기 힘든 마음의 상태가 되곤 했다.

이곳 블로그에서 다 쓸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또 그렇게 마음을 무겁게 하고 힘들게하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냥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과 죄책감이 말로 다 할 수 없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했던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그냥 읖조리는 신음이었다. 고함을 치면서 기도를 할 기운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