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자아비판의 오류

나는 자아비판을 즐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매우 성숙한, 자기 성찰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 내가 자아비판을 즐기는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본다.

1. 자기 방어이다.
내가 내 스스로를 비판함으로써 다른이가 나를 비판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다소 치사한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다.

2. 게으름이다.
겸손, 혹은 자기성찰 이라는 건강한 가치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나와 내 주위의 상황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 스스로 건강한 가치를 지킨다는 자긍심도 지키게 되고 스스로의 만족감도 느끼면서 부지런히 나와 내 자신을 살피는 귀찮음도 피할 수 있다.

3.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무지이다.
최근 어떤 형과의 대화를 하면서, 내가 그 형에게 내 사역의 열매가 얼마나 거짓이 많은지, 나의 manipulative한 성향 때문에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작하여 만들어낸 사역의 열매가 많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러자 그 형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네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그 열매를 그렇게 맺으셨는데… 과연 네 능력으로 심지어는 아주 얄팍한 수준의 사역의 열매라도 맺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이 지나쳐 하나님의 일하심을 덮어버리는 우를 범한 것이다.

지금 이 글도 그릇된 자아비판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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