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를 마치면서

1.
내가 박사과정을 할 때,
내 지도교수의 그룹은 우리쪽 분야에서 늘 leading group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다보니 학회에 가서 내가 발표를 하고 나면, 내게 와서 여러가지를 묻고 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나는 그러면 괜히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곤 하였다.

HP에 와서,
학회에 가면, (내가 발표를 하기도 하였고, 함께 간 다른 사람이 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그룹에서 한 일에 관심을 표현했다.
작년에 어느 학회에서 내가 발표를 한 후에는, 말 그대로 나와 이야기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사람들과 만날 약속들이 바빠서 10분 15분을 쪼개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랬다.

2.
이번 학회에 와서 보니,
이 학회는 내 관심사 (그리고 우리그룹/회사의 관심사)와 그리 잘 맞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발표를 하고 사람들과 interaction을 가지려 했지만 사람들이 신기해 하기는 하는데 당장 자신의 일차적 관심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의 진전이 없었다.
학회에서 말하자면 별로 바쁘지 않게… 이렇게 할일없이 보내는건 참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많이 쉬기는 했지만, 학회가 재미있지는 않았다.

3.
이 학회에는 유난히 대학원생들의 발표가 많았다. 회사나 연구소에서의 발표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다루는 실제적인 논문은 매우 드물었다. 그 가운데 솔직히 말해서 많은 것들은, 논문을 쓰기위한 연구들인 것 같아 보였다.
그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거나, 어떤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해낸다거나, 아니면 아예 생산현장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접근을 했다거나 하는 것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발표들을 보고 있자니까, 바로 몇년전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대학원생일때, 정말 thesis를 쓰기 위한 연구를 했던 것. 큰 그림을 머리속에 담지 못한 채 그저 사소한 것에 매달렸던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좀 떠보려고 했던 것.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얼마나 예전의 나와 다를까. 부끄러웠다.

4.
이전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학회에 익숙하다가,
혼자 ‘쓸쓸한’ 학회에 있다보니…
‘백마병’에 물들어 있던 내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등에 있는 왕자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치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백마.
학회에서 내게, 내 연구 결과에 주목했던 사람들의 다수는,
내 affiliation이나, 내가 속한 그룹의 명성, 단순히 내가 그런 그룹에 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얻을 수 있었던 advantage로 인한 연구 성과 등을 보며 내게 접근 했던 것이었다.
사실 그 가운데 내 contents가 얼마나 된다고…

이번 학회를 통해서,
학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지는 않지만…
내 자신에 대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공학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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