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표!

이번 학회는,

정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도무지 쉽게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회사 일과 관련한 전략,
일을 왜 하느냐 하는 동기,
하나님 나라와 직장생활,
인간관계의 진실성과 피상성,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의 관계,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
underdog이 되는 기쁨,
두려움과 기대감에 대한 생각,
성실함의 중요성,
리더쉽,
평가의 기준에 대한 문제…
등등…
정말 너무 많은 생각들로 정신이 없었다.
차차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런 내용들을 좀 더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디어 이번 학회를 통해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Roll-to-Roll fabricated flexible display를 만드는데 성공했음을 알렸다.
지난 11월 이후로,
대부분의 팀 멤버들이 연말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과 밤에도 열심히 일한 결과이다.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학회를 마치면서

1.
내가 박사과정을 할 때,
내 지도교수의 그룹은 우리쪽 분야에서 늘 leading group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다보니 학회에 가서 내가 발표를 하고 나면, 내게 와서 여러가지를 묻고 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나는 그러면 괜히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곤 하였다.

HP에 와서,
학회에 가면, (내가 발표를 하기도 하였고, 함께 간 다른 사람이 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그룹에서 한 일에 관심을 표현했다.
작년에 어느 학회에서 내가 발표를 한 후에는, 말 그대로 나와 이야기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사람들과 만날 약속들이 바빠서 10분 15분을 쪼개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랬다.

2.
이번 학회에 와서 보니,
이 학회는 내 관심사 (그리고 우리그룹/회사의 관심사)와 그리 잘 맞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발표를 하고 사람들과 interaction을 가지려 했지만 사람들이 신기해 하기는 하는데 당장 자신의 일차적 관심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의 진전이 없었다.
학회에서 말하자면 별로 바쁘지 않게… 이렇게 할일없이 보내는건 참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많이 쉬기는 했지만, 학회가 재미있지는 않았다.

3.
이 학회에는 유난히 대학원생들의 발표가 많았다. 회사나 연구소에서의 발표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다루는 실제적인 논문은 매우 드물었다. 그 가운데 솔직히 말해서 많은 것들은, 논문을 쓰기위한 연구들인 것 같아 보였다.
그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거나, 어떤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해낸다거나, 아니면 아예 생산현장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접근을 했다거나 하는 것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발표들을 보고 있자니까, 바로 몇년전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대학원생일때, 정말 thesis를 쓰기 위한 연구를 했던 것. 큰 그림을 머리속에 담지 못한 채 그저 사소한 것에 매달렸던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좀 떠보려고 했던 것.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얼마나 예전의 나와 다를까. 부끄러웠다.

4.
이전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학회에 익숙하다가,
혼자 ‘쓸쓸한’ 학회에 있다보니…
‘백마병’에 물들어 있던 내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등에 있는 왕자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치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백마.
학회에서 내게, 내 연구 결과에 주목했던 사람들의 다수는,
내 affiliation이나, 내가 속한 그룹의 명성, 단순히 내가 그런 그룹에 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얻을 수 있었던 advantage로 인한 연구 성과 등을 보며 내게 접근 했던 것이었다.
사실 그 가운데 내 contents가 얼마나 된다고…

이번 학회를 통해서,
학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지는 않지만…
내 자신에 대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공학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그룹이 한 일이 미디어를 탔다

우리 그룹에서 한 일을 우리 lab manager가 유럽에 가서 발표를 했는데,
그게 semiconductor international에 떴다.
우리 manager가 이번엔 가서 keynote speach를 했다.

http://www.semiconductor.net/article/CA6548955.html?nid=3572

사실 이번에 이 발표에…
무언가 좀 더 좋은 결과를 발표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내가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이제 5월 말에 또 우리쪽에서는 가장 큰 학회가 있는데…
거기에도 일단 우리 그룹에서 invited talk을 하나 하게 되어 있는데…
그때까지는 정말 무언가 하나 만들어 내야 할텐데…

이번 연말까지 우리가 invited talk을 하도록 요청받은 것만…
벌써 3-4개는 되는데…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