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내가 20대였다면…

작년 봄 부터였던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상황을 곱씹어 보면서,
만일 내가 그 시대에 한참 피 끓는 20-30대 였다면,
거의 틀림없이 공산주의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공산주의자의 역사인식이,
소위 보수적이었던 그리고 친일적이었던 우익보다는 훨씬 더 건강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70-80년이 지난 이후에 그 당시 상황을 역사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공산주의의 한계랄까 그런 것이 더 잘 드러나는데…
그 당시의 상황에 함몰되어 있었다면 그것을 보기 참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KOSTA 시카고 집회에서,
홍정길 목사님이 이와 거의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다.
그분이 하신 말씀중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당시 뜻 있는 사람들이 공산주의의 매력에 빠지지 않기 어려웠을 거라는 말씀은 참 공감이 되었었다.
그리고 그 공산주의의 매력에 빠지지 않았던 지성인들은 결국 기독지성인이었다는 것.

지금 내가 옳다고 믿고있는 것은 과연 역사 속에서 얼마나 옳은 것으로 드러나게 될까.
지금 내 판단으로 최선의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훗날 잘못된 길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바로 그런 이유로,
작년 봄 즈음 부터는,
몹시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상이나 생각, 이론이나 주장등에대해 너무 쉽게 흥분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나로서는 그리 쉽지 않을때가 많지만…)

그러한 자세와 생각의 근저에는,
결국 역사의 주관자가 이성이나 계몽주의적 낙관론에 경도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생각이 있다.

2 thoughts on “1930년대에 내가 20대였다면…”

  1.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전반기를 살아내면서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옳다 인정함을 받는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며 지냈었는데, 그 때 생각의 배경이 이 글의 배경과 유사하다.

    하나님 앞에서 옳다 인정함을 받는 삶은 당연히 역사 앞에서도 옳은 삶이어야 되는데, 나 자신을 포함한 그렇지 못한 많은 신앙인들을 보면서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 삶이라는 말로는 불충분해서 역사 앞에서도 의로운 삶을 살아야 된다는 사족을 덧 붙이는 것이 참 슬프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사족을 붙일 수 밖에 없었던 일제 강점기 시기와 군부 독재 시기를 살아내야 되는 그 상황이 참 안타까왔는데, 그 안타까움은 지금 현재에도 조금도 덜 감해진 것 같지 않다.

    어쨋든 하나님 앞에서 옳은 삶을 살려 했다면 그렇게 쉽게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었을 것 같다. 하나님 보다 역사를 더 내세울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지금 현재도 하나님 앞에서 옳은 삶을 산다고 믿고 있는 수많은 신자들이 역사 앞에서 헛짓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기독교 지도자들이거나 기독교인 사회 지도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놓치기가 쉬운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간과하면서 이 글의 생각들을 이어가게 될때 자칫하면 쉽게 자기 합리화하는 논리가 되는 것 같다. 크리스찬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지는 것 같고 나이가 먹어 간다는 것이 참으로 큰 무게로 와 닿을뿐 아니라 두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1. 형…
      이번에 시카고에선 유난히 형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돌아와서도 형이 많이 그립고요.

      형하고 함께,
      예전에 그랬던 것 같이… 같은 공간에서 무릎을 꿇고 한두시간 펑펑 울면서 원없이 기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 간절해졌더랬습니다.
      형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형과 함께 기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은 왜 였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일제와의 화친을 주장했던 윤치호가 과연 조선의 예레미야였을까….
      구국의 결단이라며 민자당을 만들었던 김영삼 장로의 행동은 정말 역사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었을까…
      2010년,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살고 있는 저는 그런 부류로 엮이는 사람은 아닐까…

      형 말대로,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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