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패션 감각

아주 가끔,
내게 옷을 선물해주는 사람들이나 가족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행한 사람들을 곧 많이 실망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준 옷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나름대로 매우 까다로운(?) 옷입는 방식들이 있다.

우선,
옷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멋이나 격식등은 늘 내게 이차적 고려대상이 된다.
그러다보니, 나는 일년중 약 360일 정도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 패션감각(?)을 발휘하게 된다.
다림질을 하는 옷은 거의 무조건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드라이 클리닝은 말할것도 없다.

그리고 또,
옷은 가능하면 검소하게 입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통 청바지는 15불-20불짜리를, 티셔츠는 10-20불 짜리를 사서 입는다.
신발은 조깅을 할때 신는 running shoes를 제외하고는 보통 20-40불 짜리를 사서 신는다.
그러다보니 대개는 약간 후줄근한 느낌을 주게 입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나는 내 패션이 내 삶의 performance에 영향을 가장 적게 미치는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멋을 내야만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의 옷맵시를 뽐내게 된다. ㅋㅋ

이렇게 다소 까다로운(?) 옷입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보니,
내게 옷선물을 해주는 사람들 (주로 가족)은 내게 좋은 소리를 못듣는다.
심지어는 옷을 사주고 내 투정/불만을 받아야 하는 황당한 일들도 겪는다.

그런데,
요즘은…
이제 나도 나이가 들고 있으니…
청바지에 티셔츠로부터 조금씩 벗어나야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괜히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입는 주책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때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패션감각’이 뛰어나지도 않고,
옷맵시가 잘 나는 멋진 몸매를 가진것도 아니고,
옷을 멋지게 입어야할 필요가 있지도 않으므로…
그저 편하고 검소하게 입고 살겠다는 고집을 조금 더 피워보려한다.

13 thoughts on “나의 패션 감각”

  1. “심지어는 옷을 사주고 내 투정/불만을 받아야 하는 황당한 일들도 겪는다.”
    정말 황당헀어요.
    그런데 남편이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은 아내보고 뭐라고 그래요. 실제로 그런걸 경험했기에, 전 알아요. 남편이 투정하는것도 황당한데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 더 황당해요. 아니 화까지 나요.
    절 위해서라도 신경써주세요. 적어도 사주는 옷이라도 잘 입어주세용. 가끔 마누라 감각이 너무 신세대적이라서 그렇긴 하지만서두. 제게도 남편 꾸미는 즐거움을 좀 주세요. 남편을 인형처럼 가지고 노는 즐거움. 이젠 딸래미마저 엄마인형 안하려고 그러니까 남편이라도…:)

  2. 그건 정말 고집이에요. x 고집! 그 황당함은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

    그런데 윗분이 말씀하신 “스크루테입 편지” 내용이 궁금해요~~

  3. 40이 넘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청바지를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때가 오더라구요. ^^
    그냥 제 얘기구요, 패션때문에 부부사이에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으신가봐요.. ㅎㅎ

    1. 그럼요, 목사님이야 청바지 입기 좀 머시기 하시죠.
      교인들이 아무래도 보니까요.

      저 같은 엔지니어는,
      제가 청바지를 입건 면바지를 입건 반바지를 입건, 실험 결과는 그것에 영향을 안받으니… 저는 무조건 싸고 편하게 입자는게 제 주장인데…
      핍박이 너무 심합니다. ㅎㅎ

    2. 활발한 의견교환 같은거 없어요. 🙂 그저 이 글을 읽자마자, 민우 아빠 옷 사줄때마다 혼나거나, 사준 옷이 무시를 당하고 있는 설움이 확 살아나서..ㅋㅋㅋ 그리고 민우아빠의 고집에 후줄근한 모습이면 일부 사람들은 제게 눈치를 주더군요. 그러니 제가 민우아빠 핍박을 꼭 해야하는데 여러모로 어찌할 수 없는 곤란한 입장이에요~

      그러니 민우아빠가 광야에서 말씀 선포하는 세례요한 패션 스탈 아닌걸 감사하고 있을 수 밖에~

      그런데, 민우아빠! 실험할 때 반바지는 안되지요~~~ 안전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라도, 실험할 때 반바지 입지 마시고 긴바지 긴 팔 꼭 입으시고 랩코트 꼭 입어주세요!

    3. 저도 한국와서 거의 청바지를 못 입습니다. 지난번에 학회때 숙소에서 뭘 좀 사려고 청바지를 입고 나왔더니 저를 발견한 학생들이 너무 놀라는 표정을 지은 이후로… ^^

      아저씨 바지만 입게 되어서 감옥이 따로 없슴다.

      부럽긴 한데 전방위적 압력은 약간 고려하실 필요도..ㅋㅋ

    4. 별아저씨야…
      과학자로서는 드물게(?) 옷 맵시도 있고 그런 사람이잖아요. ^^
      그리고 교수님들은 그래도 옷 잘 입으셔야죠. ㅎㅎ

      제가 옷을 허름하게 입는게 맞긴 한데요,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 패션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ㅎㅎ

  4. “스크루테입 편지”에 한 할머니가 나오시는데,, 자신은 뭐 대단한거 별로 싫어한다고,, 그저 딱 알맞게 brew된 홍차와 바삭한 토스트면 된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죠 ^^

    1. ㅎㅎ 사실 전 처음에 “스크루테입 편지”를 “스크루지”로 잘못 읽었었답니다. 🙂

      그런데 “스크루테입 편지”는 안 읽어봤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5. 예수님도 결혼하셨으면 wife에게 옷때문에 많이 구박받으셨을 겁니다. ㅋㅋㅋ
    “스크루테입의 편지”는 CS 루이스 책인데, 재미있습니다. 소개글 카피하면… “경험 많고 노회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관해 쓴 31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Leave a Reply to 목수의 졸개 woodykosCancel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