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처음해보는 비싼 데이트?

민우가 지난 한주동안 mission trip을 갔다.
우리 부부는 시간이 당연히 많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주중에는 저녁에 집에와서 이런 저런 일을 하느라, 혹은 그저 좀 게을러서 빈둥빈둥 하느라 둘만의 시간을 별로 가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금요일 저녁에,
작정을 하고, San Francisco에 있는 한 steak house에 예약을 했다.

Steak house에서 비싼 식사(!) 하고, 우리 둘은 밖으로 나와, San Francisco의 중심가 밤거리를 많이 걸었다.
아내가 이쪽으로 이사를 하고나서, 언제 밤에 San Francisco를 걷고 싶다는 이야기를 지난 2년간 해 왔는데…
로맨틱한것과는 거리가 먼 남편이 2년만에 그 외침에 응답한 것이었다.

우리가 처음 데이트를 시작한 것이 97년 2월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지난 14년 6개월간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늘, 피자집, 중국집, 패스트푸드 정도였고, 아주 작정을 하고 가면 한식집이었던 것 같다. ^^
물론 좀 비싼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누가 사주시거나(^^) 아니면 무슨 행사가 있을때 우리가 함께 참여한 것이었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위해서 비싼 음식점에 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내는 참 많이 좋아했다. Steak house의 분위기가 좋다면서 좋아했고, 음식이 맛있다며 좋아했고, 밤거리를 함께 걸으면서는 잡은 손을 한번도 놓치 않고 마치 소풍 온 어린아이같이 좋아했다.
나도 그렇게 좋아하는 얼굴을 보면서, 아내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나처럼 로맨틱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 감사하고 미안하고 대견스럽기도 했고. ^^)

나 자신에 대해서 비교적 harsh하기도 할 뿐더러,
늘 나를 위해 spend 하는 것을 낭비나 사치로 여기는 자린고비인 나는…
나와 한몸인 내 아내와 그렇게 spend 하는 것을 또 사치로 쉽게 여기곤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때로는…
내 아내를 나와 한몸으로 생각하는 것과 함께,
나와 함께 동행하는 또 다른 한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어도 내게는 참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유업을 함께 얻을 사람으로…

금요일 밤 3-4시간의 짧은 데이트.
San Francisco는 밤 공기는 무척이나 찼지만, 
마음도 생각도 함께잡은 손도 참 따뜻했다.

7 thoughts on “14년만에 처음해보는 비싼 데이트?”

  1. 형님, 너무 감동적입니다…
    웃음과 함께 눈물이 살짝 고이는군요…:)
    ㅋ집단(?)의 형님과 형수님들은 너무 예쁜 부부 모습을 많이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좋네요…:)

  2. 아… 여기서 포인트는,
    14년만에 처음이었다는 건데요. ^^
    별로 감동적인 것도 아니고, 스윗한것도 아닌데. ㅎㅎ

    야보고는… 아직 장가 안 갔으니.. 장가가면 더 잘해요~ ^^
    몬트리올 댁은… 그 남편도 저 못지 않게 무뚝뚝한 놈인데… (삼가… 위로의 말씀을… )
    그래도 걔가 꽤 지 마누라 생각 애틋하게 하는 것 같긴 하던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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