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묵상

빈 무덤은,
내게 매우 오랫동안 그저 멋진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사용되는 좋은 배경음악과 같은 것이었다.
스토리 전개에서 그것이 없으면 섭섭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그것이 핵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

그런 예수의 부활이 내게 깊이 의미있게 다가오게 된 것은, 93년 부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시작한 첫 직장생활에서 실패하고 있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것에대해 idea가 없었고, 직장 상사와 맞지 않아 정말 많이 힘들었다. 유학을 가야한다는 압박과 정말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등이 나를 누르고 있었고, 일주일에 100시간 가까이 일을 해야하는 환경 속에서 나는 몸과 마음과 영혼이 모두 지치고 있었다.

기도할때마다 참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었다. 매일 아침, 그저 회사에 나가는 것이 힘들고 싫어서 거의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기도를 하고 가야할 정도였다.

그 고난주간, 나는 금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주일동안 아침과 점심 금식을 하고, 금요일에는 하루종일 금식을 하는 것이었다.

점심을 먹지 않으므로, 시간이 남아서 나는 주차장에 혼자 가서 찬양도 듣고, 기도도 하고, 묵상도 하면서 점심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 고난주간의 묵상은 복음을 받아들인지 3-4년정도밖에 되지 않는 내게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이 풍성함을 가져다 주었다. 혼자 기도를 하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회사 뒤쪽 야간 같은 곳에서 점심시간에 그야말로 목놓아 울기도 하였다. 

나는 그저 내 문제로 힘들다고 이러고 있는데… 
우리 주님께서는 그런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셨다는 사실이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이 가슴이 깊이 다가왔다. 아… 나는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그렇게 했지만, 내가 주님을 위해서 살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다고, 여전히 나는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나는 내 문제에만 함몰되어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시가 돌아가셨다니…

기도를 하면서… 마치 예수께서 채찍에 맞으시는 것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십자가 아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게 남는 것은 이것이었다. 아니,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이렇게 힘이드는데.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서 돌아가셔서 내 죄를 용서하셨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나는 이렇게 힘든데… 가슴이 답답해져서 계속 그렇게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부활절, 나는 내 눈이 새롭게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만일 주님께서 정말 부활하셨다면… 정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면… 인간의 그리고 나의 궁극적 문제인 죽음의 권세가 껶인 것이라면… 나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인내를 가지고 그렇지만 말로 다 할 수 없는 소망을 가지고 견디어 낼 수 있겠다… 하는 깨달음이었다.

글쎄… 그때의 깨달음이 대단히 신학적으로 깊은 것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부활이라는 명제 앞에서 소망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붙들 수 있었던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 이후에 성경공부등을 통해서 그 부활의 깊은 의미에대해 catch up 하는 데에는 그후로도 몇년이 더 걸렸다.

그 부활절이 왜 그렇게 내게 특별한 것이었을까?

물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내게 그런 eye-opening experience를 하게 하신 것이기도 했겠지만…
예수께서 겪으셨던 처절한 고난을 깊이 묵상하며 그 고난과 내 어려움을 동일시(?)할 수 있었고… 그래서 부활의 아침에 내게도 소망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말하면, 예수의 고난에 대한 묵상이 깊었기 때문에 부활의 기쁨이 컸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번 부활절 예배에서도, 나는 부활의 찬송을 부르며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예수께서 정말 부활하셨다. 어둠이 깊을수록, 그 부활의 소망과 기쁨은 선명하기만하다. 어둠과 깨어짐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부활의 소망이 더둑 빛나고 있다.

Christ is Risen. He is Resin indeed!

4 thoughts on “부활절 묵상”

  1. 일주일 동안 매일 정말 귀한 묵상을 따라가는 동행이 아주 뜻깊었습니다. 감사드려요. 우리 주님 부활하심을 기뻐합니다, happy Easter!

    1. 아… 날자는 기억이 안납니다. -.-;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부활절날이라기 보다는,
      부활절 전의 고난주간동안 일어난 일이었다고 할수 있습니다.

      93년 부활절.. 날짜가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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