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정치화하기?

어제는, 11월 1일 이후 처음으로 아침 운동과 말씀묵상을 다 빼먹었다. -.-;

도저히 그럴 기운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약간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03년 ALCS에서 Boston Red Sox가 마지막 경기에서 역전 홈런을 맞고 Yankees에게 졌을때도 그렇게 멘붕이 왔던 것 같다. ^^

혹시 그저 정치를 운동경기 보듯 그렇게 격렬하게 응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나님에게 걸어야할 소망을 정치에 거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동안 내가 나 스스로를 비정치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스려오던 차였는데,

요 며칠 그 balance를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다시 비정치적(혹은, 덜 정치적이라고 해야할까)이 되기 전에 다음의 한꼭지 글만 남겨야 겠다.

이번 선거에서 또 다시 (극우-비상식-수구) 팀이 (우파-상식-보수) 팀을 꺾고 승리를 거두었다.

(한국의 민주당을 좌파라고 하시는 분들은 정말 공부를 좀 하셔야 한다. 쩝… 그 얘기를 정말 좌파가 들으면 몹시 기분나빠할거다.)

합리적인 건강한 보수는, 비합리적인 수구세력에 역부족이었다.

한국 사회와 정치는 합리성을 누릴 만한 여건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다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래도 천천히 역사는 건강한 방향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그렇지.

1992년 대선 : 비상식-수구파가 분열했음에도 비상식-수구파가 승리 (정주영이 나왔었지 그때…)

1997년 대선 : 비상식-수구파가 분열했고 (이인제; thank you), 그나마 독재잔당(JP)과 연합을 해서야 겨우 상식-보수파가 이겼음.

2002년 대선 : 비상식-수구파의 일부 (정몽준)와 손을 잡고 겨우 겨우 승리 (하루 전에 깨지긴했지만서두)

2007년 대선 : 이때는… 뭐 온 나라가 살짝 맛이 갔었음. -.-;

2012년 대선 : 비상식-수구파와 손잡지 않고서도 48% 득표에 성공. (또 다른 상식-보수파인 안철수와 손을 잡고)

자, 이런 추세라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은가!

생각 같아선 극우-비상식-수구-친일-독재 이쪽 세력을 화악~ 밀어버리고 역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사실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다친다.

당장 우리의 부모, 친구, 선배 등등이 다치고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주 천천히 가는 것이 긴 친일-전쟁-독재의 상처에 힘든 우리 백성이 또 다른 상처 없이 진보해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독재자의 딸이 한번 더 정권을 잡아야만…

그 독재자에 대한 막연한 비현실적 환상이 결국 깨지고 move-on 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

제발 이럴때… 교회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 건데…

사실 그게 더 걱정이다.

4 thoughts on “나를 비정치화하기?”

  1. 전반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시는 내용에는 동의하고요.

    수구-합리적 보수의 대결 구도에 대해서는 후보 개인의 구도, 즉 박근혜-문재인에서는 목수의 졸개님 말씀에 동의할 수 있지만, 당의 구도, 즉 새누리당-민주당으로 보면 이것을 정말 그렇게 볼 수 있을런지 저는 확신이 없습니다.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라는 말을 들으려면, 적어도 대중에게 민감한 모습이 있어야 했는데, 몇가지 정책을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선점당한 모습이라든지, 혹은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보였거든요.

    앞으로를 내다보시는 원글에 제 생각을 조금 더 추가한다면요. 결국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결집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게 보자면, 다음 선거 때에 50대로 들어갈 40대 중후반이 어떠한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고요. (아마도 선거운동 초반 안철수의 잠재적 지지층의 끝자락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한 아직 분석된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체감적으로는 20대 초중반의 우경화가 향후 또다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무한경쟁사회에서 보수의 논리에 철저하게 순응하고 희생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고 (민주당도 보수라는 측면에서는 20대가 무조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하리라고 naive하게 오판한 것은 이해가 가고요. 박후보 캠프에 있던 제 후배는 이미 이런 부분을 믿고 투표율이 증가해도 반드시 문후보에게 유리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편으로는 그간 생존경쟁구도 바깥에서 한번도 대안을 제시받아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1. 아주 JK 다운 논리와 풀이이군요. 감사합니다. ^^

      합리적-비합리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상식과 비상식 이라는 안철수씨의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비상식-덜비상식이라고 구분하는게 맞을 지도.

      제가 보기에 민주당은,
      더 큰 문제가 비합리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합리성을 이끌어낼만한 구조나 리더쉽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래서 그놈이 그놈이다 할 수 있겠지만,
      한쪽은 비상식을 상식으로 밀고 있는 쪽이라면,
      다른 한쪽은 비상식을 구현할 능력이 없는 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대충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우경화는… (저는 그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고 봅니다만.)
      신자유주의체제에서 ‘무뇌’계층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라기 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이성이 발달하는 연령 자체가 더 늦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령 예전에 고등학생이 고민할만한걸 지금은 대학생이 고민하고,
      예전 대학생의 고민을 30대나 되어서 하게 된다는 말이죠.
      (쓰고나니 이게 JK의 이야기와 어쩌면 비슷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코스타를 섬기면서,
      한동안 그런 젊은 층을 보며 한탄도 하고,
      어떻게든 깨워야 한다는 부담이랄까 그런게 참 컸었는데요…
      어쩌면 이제는 좀 상황을 받아들이고 기준과 수준을 낮추어야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저는 요즘 좀 합니다.
      어차피 못 따라오는데 그거 못따라온다고 악악 소리질러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뭐 JK를 비롯해서 현장사역자들이 더 잘 고민하고 계시겠지만요.

  2. 모든 사안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정권이 바뀔까봐 땅이 꺼지게 걱정하는 사람들과 무조건 정권을 바꿔야된다고 침튀기시는 분들을 골고루 옆에 둔 저로서는 좋건 싫건 이미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한데 뭉쳐서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이 그러한 것 처럼요. 투표도 안 한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만은….멘붕이 오셨다고 하니 걱정이 되서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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