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

어제 밤, 

동네의 한 친구가 마음이 좀 힘들다고 해서, 밤 늦게 그 친구를 찾았다.

그 친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뭐 이런 고민을 하다가 그 친구를 만났는데…

사실 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인생의 문제를 다룰 때, 자꾸 땜빵 식으로 band aid만 붙여가며 해결하려 하지 말아라. 우리 인생의 깊은 곳에 있는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한다.

복음은, 그 인생 문제의 근원에 대한 쉽지 않은 해답을 준다.

네게는, 바로 그 복음이 필요하다

절대자이신 창조주 앞에, 네 인격을 발가벗겨 내 보여라.”

어떻게 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게 턱~ 하고 걸린 것은 이것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매우 convincing한 방법으로,

이 복음의 이야기를 전달해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 1시간 짜리 강의를 하라면 하겠는데…

인간의 죄와 십자가에 대해 설교를 하라면 하겠는데…

막상, 

당장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우리안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짧게 설명해주는 것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뭐 예전 같으면, 사영리, 브릿지, 뭐 그런식의 도식화된 접근을 해보려 하겠지만… 나는 사실 그런 것이 이 친구에게 relevant 하지도 않을 뿐 더러, 이 친구에게 먹히는 이야기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영리나 브릿지, 전도폭발과 같은 reductionistic한 접근을 피하면서도,

간결하고 relevant한 말을 친구에게 해줄수는 없을까.

결국,

꽤 긴 시간에 걸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잡다하게 하면서,

우리 인생의 의미, Extra nos에 대한 생각, 계시, 하나님 나라, 죄, 깨어짐, 상처, 고난, 소망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 전혀 간결하지 못하게. -.-;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 그 친구가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내가 해준 이야기가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바라기로는… 내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 친구가 진심으로 하나님과 대면하게되는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에 눈을 뜨게 되면 좋겠다.

정말… 정말… 정말로.

2 thoughts on “내가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

  1. 1. 완전공감합니다.
    옛날 job인터뷰 갔다가, 제 전공에 대해 설명하라는데, 주저리 주저리 읋었더니, 바로 땡~~. 오늘 이야기와는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면 핵심적인 내용이 정리된 statements나 설명으로 간결히 제시되어야 하는구나 라고 느꼈었는데… 오늘 하신 말씀에 딱 그 경우가 떠오르네요… (인터뷰갔다가 사정없어 떨어졌던 기억과 함께…ㅋㅋ)

    2. 동시에 복음이 fact만이 아닌 개인의 삶과 맞닿는 것을 의도한다면 간결하게 정리될 수 있을까? 개개인의 삶과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다면 표현이나 설명이나 적용도 달라져야 할텐데, 이것이 음, universal하고 간결한 문구로 정리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구요. 주저리 주저리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 과정속에서도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구요. (저도 혹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다면 주로 주절 주절 했던 것 같네요. -.-; )

    3. 만약 이야기 나눈 분께서 졸개님을 잘 아신다면, 졸개님의 살아오신 삶이 길지만 아주 간결한 복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동시에 그렇다면 “누군가 나를 아는 사람이, 나와 같이 살아가는 내 자녀들이, 나를 보면서 아빠의 삶을 보니 길지만 두말이 필요없는 간결한 복음이네요 생각할까” 고민되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네요.

    좋은글 감솨~~~

    1. ‘좋은 글’은 아땅 님의 답글 인데요. ^^

      위 글에는 쓰지 않았지만,
      그 친구에게는…
      예수 믿고 인생 꼬인(?) 사람들,
      고난을 그냥 쉽게 가볍게 하거나 풀어주시지 않는 답답한 하나님,
      불러도 불러도 응답 없는 하나님을 대면하면서 겪는 변화,

      뭐 이런 것들을,
      주로 제 경험에 비추어서 많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복음을 받아들인 ‘real people’ 이야기를 해주었고요.

      “예수천당 불신지옥” 이 복음의 핵심이라고 전도했던 시절도 있었고,
      “예수 믿고 영생 얻어라” 라는 것이 복음의 핵심이라고 전도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런 축약된 형태의 표현은 결국 reductionistic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는 말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복음을 알고 있긴 한걸까…

      그 친구에게도 결국,
      나와 함께 구도의 길을 가자는 식으로 이야기했습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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