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복음주의 선언

지난 수년간,

나는 나름대로 신앙의 격변을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옳다고 생각해오던 신앙의 가치들에대해 진지한 회의를 갖게 되었고,

또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의 여러 모습이 ‘기존의’ 신앙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블로그에서,

내 탈근본주의 여정에 관한 시리즈의 글을 쓰기도 했는데,

그 글을 쓸 당시보다 나는 지금 훨씬 더 멀리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지난 수개월동안은,

그 고민의 깊이가 훨씬 더 깊어져서…

내가 신앙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조차 회의와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것으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일요일은 내 45번째 생일이었다. 

이제 50세를 향해 내달리고 있는 지금…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여정을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무언가 하나 맺음을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나는 ‘탈복음주의 선언’을 하는 바이다.

이 글을 읽는 어떤 분들에게는 대단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내가 탈복음주의를 선언하면서 기본에 ‘복음주의자’로서 가졌던 신념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이제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1. 나는 이제 더 이상 기독교가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소위 다른 종교에도 일종의 ‘구원’이 있을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2. 나는 ‘사후 세계’ 혹은 ‘내세’라는 개념에 대해 불가지론적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

정말 사후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옥, 천당 과 같은 개념들 역시 내게는 불가지론적 영역일 뿐이다.

3. 삼위일체, 예수의 신성, 동정녀 탄생, 기타 성경의 여러 기적들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으로 본다. 

성경에 쓰여진 기적의 대부분은, 각색된 것이거나 과장된 것, 혹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4. 초월적 존재를 믿으나, 그것이 성경의 하나님이라는 생각으로부터도 ‘자유로와’ 지기로 했다.

힌두교식의 범신론이나, 고대의 다신론과 같은 덜 진화된 형태의 종교를 따르는 것은 내 ‘자유로움’의 option이 아니다.

5. 소위 ‘자유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의 신앙 역시 내가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들은 이성이라는 도구를 교조적으로 사용하여 그 이름에 걸맞는 ‘자유로움’을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보여진다.

….

이렇게 써 놓으면,

도대체 네가 믿는게 무엇이냐 라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내가 오늘 여기에 쓰는 것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의 이곳의 링크에서 좀 더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

이제 이렇게 나름대로 ‘양심선언’을 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15 thoughts on “탈복음주의 선언”

  1. 내년에는 좀더 실감나게 속여 보세요. 이번 것은 이미 처음부터 수가 읽혔다는.. ㅋㅋ

  2. 아.. ㅠㅠ 이 블로그의 오래된 애독자로서 그리고 신앙의 대선배님으로 생각하며 많은 것을 배웠던 신앙의 후배로서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링크를 클릭한 순간 엄청난 안도감이.. 이렇게 놀라본게 참 오랜만이에요. ㅎㅎ

    1. jihong 님~
      반갑습니다.
      애고… 제가 무슨 대선배라고요. 아마 저보다 나이가 좀 적으신가보죠?
      그리고, 놀라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해야할지요. ^^
      쓰신 시간으로 봐서는 아마 한국에 계신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쨌든 반갑습니다.

      독자로 커밍아웃(?) 하셨으니, 가끔 좋은 생각도 적어주세요~ ^^

    2. 2011년 11월 17일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었습니다.
      그 후로 몇년동안 눈팅만 했네요..^^
      앞으로는 댓글 자주 남기겠습니다!ㅎ

      -아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는 29 청년입니다.
      꽤 오랜동안 권오승님의 블로그를 구독했지만 이제서야 인사 드립니다~

      항상 블로그 글을 보며 선배님께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도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선배님의 회심에 대한 따뜻한 글을 보며 문득 제게도 선배님같은
      멘토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또, 제가 그렇게 바라는 멘토의 모습으로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 옆에 있어줘야 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이 곳에서는 꽤 먼 곳이지만 매일의 삶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시는 선배님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은혜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힘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주 안에서 사랑을 전하며.. 서울에서 하나님 나라에서 한참 후배 심지홍 드림.

  3. 저는 안목사님과 다르게,
    괜찮았습니다.ㅋㅋㅋㅋ

    올해 ‘블로그를 닫습니다’ 였으면 살짝 실망했을 뻔 했지만,
    전혀 다른 주제를 가지고 쭉 한번 질러주셨네요….ㅋㅋㅋ

    내년에 또 기대합니당..^^

  4. 저만 당하는 것이 아쉬워… 와이프한테 보여주었다가…. 급놀랬습니다… 매 크리스마스때 저희 Bryan목사님 연극하는 것처럼… 간사님은 만우절때 계속된 이벤트가 있네여… 사실 매번 당합니다… 하하

  5. 으으으으으 순진한 후배의 마음을 이렇게 놀라게 하시다니!!!!! (<--제가 저 느낌표를 얼마나 힘차게 찍었는지 소리를 들려드렸어야 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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