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5)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현대사회의 심각한 질병가운데 하나는 실력을 숭배하는 것이다.

나는, Steve Jobs를 칭송/추종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참 고운 눈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Steve Jobs는 꽤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대로 대단히 이기적이면서 공격적인 사람이었다.
한편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탁월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배우려는 자세는 가져볼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Steve Jobs는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할 모델이라기 보다는 극복해야하는 figure이다.

Steve Jobs의 예를 들었지만, 교회 강단에서 걸핏하면 ‘탁월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대단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한편, 자신이 깨어진 세상의 어그러짐을 다른 이들에게 퍼뜨리는 존재가 되지 않도록, (사랑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하지만,
실력숭상에 병들어있는 세상 속에서 약함을 embrace하는 counter-cultural한 attitude를 견지해야만 실력의 노예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 thoughts on “실력 (5)”

  1. 저는 ‘탁월함’을 ‘최선’, 혹은 ‘신실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탁월함을 말해야만 할 때에는 ‘최선’, ‘신실’, ‘성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은혜’를 말해야겠죠.
    하나 더, 그리고 그 탁월함, 혹은 최선과 신실의 목적도 말해야겠구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글이었습니다. 댓글을 횡설수설 다는 것처럼 말이죠. ^^

    1. 목사님, comment 감사합니다.
      목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탁월함을 이야기하는 의도가 신실함/성실함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일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탁월함은 추구해야할 덕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것이 virtue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경에서 드러나있는 세계관으로 보았을때, 탁월함을 추구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과연 있을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성경에서 탁월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요셉이나 다니엘 등을 자세히 들어가서 살펴보면, 그 사람들이 탁월함을 추구하지도 않았고, 그 캐릭터 속에서 탁월함이 드러나도록 문맥이 이루어지지도 않아보입니다. 오히려 암울한 시대에 신실하게 그 백성을 붙드시는 하나님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그 성경 기자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신약에 와서는 탁월함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강조가 더 두드러지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바울이죠.
      가령 고린도전서나 고린도후서 같은 곳에 나타나 있는 것을 보면, ‘humility’를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로마사회에서 오히려 낮아짐을 강조하는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탁월함을 이야기하는 분들의 의도는 이해를 하지만,
      저는…
      – 탁월함은 추구할 기독교적 가치가 아니고
      – 탁월함을 많이 강조할 시대도 아니고
      – 오히려 탁월함을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게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제 생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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