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인연

피천득의 <인연> 수필을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것이 언제였더라.
중학교 때 였던가, 고등학교 때 였던가.

나는 그때 그걸 읽으며 참 가슴이 찌릿 했었다.
특히 맨 마지막에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로 마무리 짓는 것이 정말 좋아서, 그 맨 마지막 부분은 아예 홀딱 외고 말았다. ^^

그런데,
우연히 그저께 인터넷에서 다른 내용을 좀 찾다가 피천득의 인연이 떠서 그걸 다시 읽어 보았다.
참 좋은 글인데, 뭐 예전에 느꼈던 그 싸~한 기분이랄까 그런건 별로 살아나질 않았다.

그리고는 피천득 선생이 언제 그 글을 썼는지 확인해 보았다.
보니, 60대 초반에 이 글이 발표되었다!

한때 음악을 정신없이 들으며 많이 좋아하기도 했고,
한때 이런 글들을 읽으며 감상에 젖기도 했고,
대학로 연극을 보고나선 혼자 괜히 쓸쓸히 걸으며 여려 생각들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나는,
그런걸 즐길 여유도 마음도 정서도 남아있지 않았네.

피천득 선생은 60대 초반에도 이런 글을 썼는데,
나는 아직 50도 되지 않아서 이렇게 다 삭막해져 버렸네.

어린 시절,
피천득의 <인연>을 읽으며 가슴 싸~한 감상에 젖었다면,
이제 지금,
피천득의 <인연>을 읽으며 왠지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에 살짝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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