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원(temple)에서

나는 일본의 불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대충 알기론, 어쨌든 일본의 불교는 한국을 통해서 전래되었고, 그 후에 일본에 상당히 ‘토착화’되었다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다.

출장의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날, 오후에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았다.
사실 출장 내내 몸살로 고생을 꽤 했고, 천식 때문에 또 계속 고생을 해서 사실 그냥 호텔에 가서 무조건 좀 쉬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방으로 들어가서 한 30분 누워 있다가, 에이… 그래도… 하고서는 옷을 다시 챙겨 입고 호텔에서 제일 가까운 사원(temple)에 ‘관광’을 가기로 했다.

내가 묵었던 곳은 쿄토 역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거기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꽤 큰 사원이 하나 있었다. 사실 쿄토는 도시 구석 구석에 이런 사원들이 흩어져 있다. 그중 어떤 것은 더 크고, 어떤 것은 더 작지만, 그 수와 규모를 보면 압도당할 수준으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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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갔던 사원은 Higashi-Hongaji (東本願寺) 라는 곳이었다.
일단 모든 건물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게 컸다.
한국과 같이 잦은 전쟁을 겪어서 큰 규모의 건축물이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을 일본은 겪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큰 규모의 사원을 쿄토라는 작은 도시에 잔뜩 지어놓았다는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또 인상적인 것은, 그곳에서는 실제로 스님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염불을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기도를 하는 젊은이들이 대단히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냥 평일 오후였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일본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해보면, 이 사람들이 ‘종교적’이라는 느낌을 잘 주지 않는다.
어차피 아주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속내를 잘 이야기하지 않으므로 실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성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이 사람들의 행동하는 방식이나 결정의 방식등이 종교적으로 여겨지는 일은 사실 별로 접하지 못했다.

조금 일을 같이 하다가,
문득, 일본의 문화와 종교에 대해 그 사람들에게 물어볼 기회가 좀 있었는데,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대단히 애매하게 대답을 했었다.
불교, 신토 그런 것에 대해 얼만큼 너희들이 serious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빙긋 웃으면서 우리의 ‘문화’라도 대답을 많이들 한다.

평일 오후에, 이런 큰 사원에 와서 젊은이들이 이렇게 기도를 하고 염불을 옆에서 듣는 것을…
그냥 ‘문화’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게 그냥 ‘문화’라면 지나치게 그 문화에 종교가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서구문화가 이런 식으로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존재하고 있다고 느낄까?

내게 있어 기독교는 어느정도까지 문화이고 어느정도까지 종교이고 어느정도까지 세계관일까?

이런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사실 대부분의 일본 회사들과 일을 할때 가장 힘든 점은 이 사람들이 많은 bureaucracy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깨는 것을 대단히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뭐 bureaucracy라고 할 수도 있겠고, 어떤 경우에는 protocol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어쨌든, 자신들이 해왔던 것을 바꾸는 것을 대단히 힘들어 한다.
그런데, 쿄토에 위치한 회사들과 일을 할때엔,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유난히 그런 성향이 더 심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실제로 그 사람들도, 자신들은 코토에 위치한 회사이고,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다. 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어떤 의미에서 종교성은 이런 식으로 보수성을 수반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좀 해보게 되었다.

세시간 남짓 일본 쿄토 중심부에 있는 사원에 들러 잠시 머리를 식혀보려 했으나,
많은 생각과 복잡한 질문들만 머리에 가득 담고 돌아왔다.

2 thoughts on “일본의 사원(temple)에서”

  1. 나도 일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교토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관서) 지방이 다른 일본 지역과 많이 다른 문화와 성향이 두드러 지는 것 같고, 일본의 잘 정돈된 모습 이면에 튀는 사람들은 곧바로 이지매 당하는 상황이 있는 것 같아요.

    1.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간사이 지방 사람들이 유난히 “우리 간사이 지방에서는 이렇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것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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