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짓 (1)

내가 이전 직장에 다닐 때였다.
일이 자꾸만 꼬이고, 뭔가 압박은 더해져 오고, deadline은 다가오는데 결과는 잘 나오지 않고…
아… 이러다가 이거 우리 팀 몽땅 한방에 가겠구나… 싶은 생각이 막 들었었다.
약간 약삭빠른 내 옆에 앉아있던 동료 한 사람은 재빨리 다른 직장을 알아보더니만 휙~ 나가버렸다.

그런데 그때, 남들이 다들 부러워할만한 어떤 회사의 리크루터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이러이러한 자리에 사람을 뽑는데 관심이 없느냐고. 나는 아주 살짝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 연락을 다른 회사에 있던 내 예전 직장 동료에게 pass를 해주었다. 그 친구는 다니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던 참이어서 내가 그렇게 연결을 해 주었다.

왜 그때 확~ 옮기지 않았느냐.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한가지 이유는, 내가 그 팀에서 맡고 있는 일이 쉽게 다른 사람이 replace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내가 그 상황에서 그냥 확~ 그만두고 옮겨버리면 그 팀에 아주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팀에는 몇년동안 job이 없다가 겨우 이 직장을 잡은 사람이 몇명 있었고, 지금 이 팀이 날라가버리면 이 사람들은 다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어떻게든 이 팀의 일을 마무리 짓고, 최소한 살리는데까지 살리다가 나가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한 것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회사는 우리 팀 전체를 다 lay off 시켜버렸다.

그렇게 lay off를 당하고 나서,
그때 그 리크루터의 연락을 다른 친구에게 pass 한 것이 후회가 되었을까?
당연히 그랬다. 완전히 후회 되었다! 발등을 찍고 싶을 만큼 후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다시 된다면 나는 그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음…
아마도 그런 상황이 다시 되더라도 나는 그때와 같은 결정을 할 것 같다.

적어도 그때 나는,
내가 이 직장에서 이렇게 많은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일해서 이 어렵게 직장 잡은 사람들도 함께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후회할 짓이었지만, 지금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또 후회할 짓을 할 것 같다.

2 thoughts on “후회할 짓 (1)”

  1. 그래요.
    후회할게 뻔해도 그래야죠.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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