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되기, 스승이 되기

1.
내가 20대일때 난 정말 ‘스승’을 결사적으로 찾았었다.
어떻게든 내 삶과 신앙과 인생에 insight를 주는 스승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어떤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쪼르르 달려가 배우곤 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이 내 스승이다’라고 이야기할만한 사람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이 오히려 내게 득이 된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양한 사상가들을 책을 통해서 접했고, 어떤 분들의 사상은 꽤 오랫동안 추종하기도 했었다.
김교신, 프란시스 쉐퍼, 마틴 로이드-존스, 자크엘룰 등은 내 20대의 스승들이었다.

2.
그렇게 애타게 스승을 찾아헤맬때 나는 굳게 다짐했었다.
나는 어떻게든 내 후배들에게 도움이되는 스승이 되어주겠노라고.
그저 내가 무엇을 이루어보겠다는 목표나 소망이 아니었다.
내가 그처럼 답답하게 보냈던 20대를 생각하며 너무 가슴 터지도록 답답했던 그 느낌을 기억하며,
그렇게 답답해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3.
그런데…
여전히 목말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긴 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은 정말 없다.
오히려 한 10년쯤 전에는 해줄 이야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많은 이야기들에 모두 이젠 자신이 없다.
하나님 앞에서 많이 부끄럽고 부족한 생각일 뿐이다.

4.
그리고…
솔직히 지금의 20-30대에서, 20-30년전의 내 모습을 잘 발견하지 못한다. (아예 없는건 물론 아니겠지만서두…)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그렇게 목말라하며 찾아갔던 것을 이야기해주면… echo가 없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해줄 이야기는 더 없다고 느껴진다.

5.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했던 많은 고민과 생각과 아픔과 희열을…
그래도 누군가에겐 좀 pass-on 해야하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은…
아니 세상에… 이렇게까지 크고 대단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밀이 내게 있는데…
아니 세상에… 이렇게까지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만큼 웅장한 깨달음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럴땐 그저 내가 그걸 내가 혼자서 삭히고만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6.
그리고, 아주 복음의 웅장함을 제대로 그 삶과 생각에 담아내지도 못한채 shallow하게 이야기하는 ‘스승들’을 보면,
정말 복창이 터진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shallow하게 복음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스승’이라고 칭하는게 부끄럽지도 않나…
그런 생각에 정말… 정말… 복창이 터진다.

7.
한편,
솔직히 적어도 부족한 내 인식의 세계에 담고 있는 복음의 웅장함과 비밀을 말로 다 표현해낼 자신이 없기도 하다.
말로 그것을 이야기하고나면, 아… 결국 내가 말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이정도밖에 안되는구나 싶어 자책하고 절망할때가 많다.
그 shallow한 스승들도, 혹시 그분들이 알고있는(히. 야다) 복음의 내용은 훨씬 풍성한데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이 제한되어서 그렇게 shallow하게 이야기할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8.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나처럼 생각의 깊이도 얕고 단순무식한 공돌이에게도 하나님께서 말씀과 기도와 삶을 통해 이만큼의 깨달음을 주셨다면…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내 20대, 30대보다 훨씬 더 풍성한 깨달음을 얻어가며 하나님과의 동행을 누리고 있지 않겠는가.

9.
그래서, 예전에 스승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의 간절함이 요즘은…
눈물의 기도로 많이 나타나곤 한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목도하지 못해도 좋으니, 그저 희미한 소문만이라도 듣게 해달라며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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