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잘못과 시스템의 잘못

어떤 사람을 잘못을 저질렀을때,
그것을 그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은 꽤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공해준다.

가령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나찌 독일의 아이히만을 생각해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이 사람은 독일의 ‘공무원’이었다.
이 사람이 담당했던 것은 유태인 학살의 logistics였다. 많은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수송하고, 죽이는 과정을 아주 꼼꼼하고 완벽하게 잘 해내었다.

나중에 이 사람을 전후에 찾아서 보니, 이 사람은 악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고, 매우 그저 성실한 사람이었다.
대단히 성실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아주 성실하게 수행한 것이었다.

물론 아이히만이 한 일을 정당화할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그저 system이 요구하는 일을 성실하게 했을 뿐이라면?
그 사람은 정말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했을 뿐이라면?

사실 아이히만을 비판하고자할때에는 반드시 나찌독일의 광기를 먼저 잘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context가 아니면 아이히만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말하자면 시스템이 망가져 있었기 때문에 그 안의 성실한 사람이 악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가 개인을 죄로부터 구원하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러나, 기독교는 개인을 죄로부터 구원할 뿐 아니라 system을 죄로부터 구원시킨다.
아니 온 피조세계를 죄의 굴레로부터 해방시기는 것이 기독교이다.

어떤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개인의 죄는,
사실 상당부분 그 사람이 살고있는 그 세상의 죄가 투영되어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럴 경우 모든 개인의 죄만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가지고 온 피조세계의 구조적 죄가 해결되지 않는다.
죄는 그렇게 훨씬 더 조직적이고 구조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어그러짐으로 개인의 죄를 무마해버리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못하다. 개인의 죄가 분명히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죄를 넘어서는 시스템의 어그러짐을 제대로 다루어야 비로소 죄와 악을 좀 더 제대로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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