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역사

나는 95년에 미국에 왔다.
대학원으로 유학을 왔는데, 첫 학기에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영어수업을 들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약간 수준이 더 높은 ‘고급’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말도 잘 못하고 맨날 버벅대고… 왕 고생했다.

자신이 모국에서 겪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내가 대학교 1학년때 한국에서 시민들의 봉기로 인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어가 잘 안되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표현과 단어를 써가면서 그걸 했다. 정말 떠듬떠듬…

그런데 참 재미있었던 것은 내가 발표했던 내용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반에는 독재정권이 있는 남미에서 왔거나, 천안문 사태를 몇년전에 치른 중국에서 온 친구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특히 그중 중국에서 온 어떤 친구는 내가 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나는 정말 영어를 잘 못해서 그 친구와 더 깊이있는 토론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그 친구나 그 친구가 아는 사람들이 천안문 사태와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패한 민주항쟁.

나는 그때야 깨달았다.
시민의 힘으로 독재가 무너지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일은 세계에서 참 보기 드문 일이라고. 실제로 세계의 많은 지성인들은 그런 일이 자기 나라에서도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그것이 그저 바람으로만 그치고 있다고.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한편 참으로 부끄럽지만… (박근혜-새누리를 찍은 사람들은 회개할진저)
한편으로는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결코 지워지지 않는 민주의식과 자부심을 심어주게되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해본다.

참으로 부끄럽고, 화나고, 욕 나오고, 답답한 상황이지만,
이것이 어떤 소중한 열매로 맺히도록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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