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어떤 형이 있었다. 그 형은 나와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 나는 이성적으로 성경공부하고 책 읽고 그러는걸 더 좋아하는 반면, 그 형은 신비체험이 많고, 환상을 보고, 귀신을 쫓고 그런걸 하는 형이었다. 그렇지만 20대 초반의 내게 그 형은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형이 어느날 뜬금없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던 적이 있다.
“너는 요한과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의미를 그때 잘 이해하지 못했다.

2.
N T Wright이 요한복음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요한복음은 내 아내와 같습니다. 나는 요한복음도, 내 아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다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나는 요한복음에 대한 N T Wright의 이 말을 완전 공감한다. ^^

3.
요한복음을 읽고 공부하고 묵상하다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록 불친절(?)하다.
뭐 좀 논리적 흐름을 따라 노력하다 보면 그게 뚝 끊기고 그냥 선언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서술적이고 논리적이기 보다는 선언적이고 직관적인 책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이해하기 더 어려운 것 같다.

4.
그런데 요한복음은 그 직관적인 성격 때문에 다른 책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훨씬 더 통시적이고, 초월적이다.
나는 그래서 요한복음이 post-modern generation에게 훨씬 더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언적이고 직관적이고 통시적이고 초월적인 성격을 잘 활용한다면 말이다.
불행하게도 요한복음의 그 선언적, 직관적, 통시적, 초월적 성격을 잘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그리 많이 만나지 못한다.
그런 관점에서 요한복음 연구를 좀 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만 몇년째 하고 있는 중이다. -.-;

5.
새해들어 계속해서 요한복음을 묵상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 함께 매일성경 본문으로 QT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요한복음을 보면서 깨닫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요한복음이 애가(lamentation)으로 읽힌다.
요한복음 1장에, 왕이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 백성이 알아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 theme이 요한복음에 계속 반복되고 있다.
요한복음을 예수님의 sign을 중심으로 읽으려는 사람들도 있고, “에고 에이미” (나는 ~ 이다)라는 예수님의 선언들을 중심으로 읽으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적어도 나는 이번에 요한복음이 애가로 읽힌다.

6.
예전에 그 형이 내게 ‘요한과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 형이 내게 이야기 했던 것은, 요한복음에 조금 더 강조해서 나와 있는 ‘주님을 사랑함’에 대한 측면이 아닌가 싶다.
나는 meta narrative도 물론 좋고, 조직신학적 분석도 물론 좋은데…
신앙에 있어서 중요한 core 가운데 하나는 주님이 나를/우리를/세상을 그냥 사랑하셨다는 것과, 우리가 그분을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내가 정말 깊은 곳에서 신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는 것 같다.

7.
사랑의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좋아하면서도 그 사랑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해되지 않는 요한복음을 사랑하며 묵상하는 내 모습도 역시 역설적이다.

3 thoughts on “요한복음

  1.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복음서인데 N. T. Wright의 말에 빵 터졌습니다. 너무 이해가 된다고 해야할까요? ㅎㅎㅎ 그런데 하나의 씨앗 교회도 매일 성경 본문으로 말씀 묵상을 하는군요. 저희들의 파송 교회 두 곳과 파트너 교회, 그리고 다바오에서 몸 담고 있는 한인교회에서도 매일 성경으로 말씀 묵상을 합니다. 더 연결된 느낌이 들어서 좋네요. 요한복음 묵상하신 내용도 이 공간에서 살짜기 기대해 봐도 될까요? ^^ 요한복음이 반가워 인사도 없이 불쑥 코멘트만 남기고 가네요.

    • 선교사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ㅋㅋ 저보고 요한복음 묵상을 남기라니요…. ㅎㅎ

      반가워요!!!
      요한복음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옛날엔 진짜 좋아했었는데 한동안 이해가 잘 안되어서 힘들어 하다가…
      요즘 나이가 들면서 다시 좀 좋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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