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4)

나는 보스턴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보스턴에 더 있으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한 아주 열심히 여기저기 apply를 했고,
사실 내가 가기엔 너무 보수나 직책이 낮은 일들에 apply를 하기도 했었다.
아내가 아직 공부를 마치지 못했었기 때문에 함께 움직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보스턴 지역에서 job을 잡지 못하고 silicone valley로 오게 되었다.)

그때 내가 정말 완전 열을 내면서 꼭 하고 싶었던 분야의 일들이 있었다.
소위 ‘nano technology'(나도 기술)이라고 하는 것들인데…
뭐 워낙 그 분야가 넓고 다양하긴 하지만…

하버드의 어떤 교수 그룹에서 post-doc을 하고 싶어서, 그 교수에게 이메일을 한 50통쯤은 보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교수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고, 나는 결국 내가 그렇게 더 해보고 싶었던 그쪽 분야로 내 전공을 바꾸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로 와야 했다.

이번에 학회에서 그 교수가 하는 talk을 들었다.
참 재미있는 건, 그때 내가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분야의 그쪽 분야의 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 관한 발표였다.

하버드의 잘나가는 교수이므로 아이디어도 참신했고,
학교에서 하는 연구치고는 꽤 scale도 크긴 했는데…
적어도 내가 판단하기에는 좀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연구였다. (학교에서 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겠지만.)

나는,
보스턴에서 열심히 이메일을 보내고 job apply를 했던 보스턴의 한 겨울을 기억한다. 참 그때는 추웠었다.
이제 나는 그때 내가 그렇게 그 밑에 가보고 싶었던 교수의 발표를 들으며 혼자 씨익~ 웃어볼수 있는 상황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는 좌절했지만 지금은 더 잘 풀렸구나… 그런 식의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대로 늘 길이 열리진 않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름대로 내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것들을 그래도 선용하셔서 꽤 괜찮은 plan B 혹은 plan C로 인도해 주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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