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3)

예전에 나는 박사과정때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공정(process)’과 관련된 일을 했었다.
그때 당시에도 벌써 여러 회사들에서는 sub-micron이라고 해서 1 micron보다 작은 크기의 패턴들을 아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 당시에 한계에 부딪힌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잘 알려진 비밀이었다.

우리 지도교수는 우리 분야에서는 그래도 꽤 잘 알려지고 유명한 몇 사람 중 하나였는데,
벌써 그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연구는 industry에서 못하는 연구가 아니라 안하는 연구들을 했었다.
가령 벌써 industry에서는 수십 nanometer의 패턴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왜 그게 그렇게 만들어지는 일을 모를때.. ‘인텔이 그걸 그렇게 잘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이러이러하다…’라고 설명을 하는 정도의 연구였다고 할까.
그나마 그 연구도 거의 끝물이어서, 사실 내가 우리 분야에서 그런 쪽의 academic paper를 낸 거의 막차를 탄 몇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내가 박사과정 학생일때 학회에서 발표를 하면, 다른 학교의 대학원생, 일부 교수, 포스트닥 같은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말도 걸어오고 했었다. 그런데 가령, 인텔에서 왔다고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뒤에서 쭉~ 듣고 있다가, 씨익~ 웃고는 그냥 방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때가 많았다.
마치 짜아식… 그걸 이제 너도 알았구나… 라고 이야기라도 하듯이.

이번에 갔던 학회는 주로 academia에서 참석하는 학회였다. 특히 내가 주로 있었던 session은 거의 100% 학교에서 발표하는 논문들만 나왔다.
그중에는 내가 학교에 있을때부터 아주 유~명~한 교수도 있었다.

적어도 내가 속해있는 분야에서는,
학교와 industry사이의 간극이 너무 멀다.

industry의 innovation은 너무 앞서가고,
학교는 industry가 하지 않는 일들중 어떤 일들을 하는데…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나는 주로,
조용히 듣다가…
씨익~ 웃고는 방에서 나오곤 했다. ^^

그리고 가끔 똑똑해 보이는 대학원생들에게는 내 명함을 주면서, 좋은 논문들 더 나오면 내게 보내라… 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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