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생각이 다른 사람들, 미숙함

1.
내가 이 블로그에서 내 ‘영적 외로움’에 대해 아주 여러번 썼다.
사실 내 영적 외로움을 아주 많은 각도에서의 외로움인데, 그 외로움을 다 이 블로그에서 썼던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냥 많이 외롭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썼다.

이건 친구가 없다던가, 말 상대가 없다던가, 뭐 그런 종류의 외로움과는 매우 다른 종류이다.
나는 내게 말 걸어오는 사람들도 많고, (솔직히 어떤땐 너무 많고)
말 상대도 많다. (역시 어떤땐 너무 많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음에도 풀리지 않는 영적 외로움이 있다.

2.
그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하는 시도 가운데 하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서 나와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건 생각해보면 아주 바보같은 짓이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는가.

3.
내가 가진 아주 고질적인 잘못된 습관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를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때가 정말 많다.)
이만큼 살면서 그토록 많이 그것 때문에 실수도 하고 좌절도 겪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좀 알아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그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와 함께 하자고 자꾸 이야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너무 쉽게 assume하기 때문이다.

4.
때로는 꽤 오랫동안 저 친구는 나와 생각이 같으려니… 하고 여겼다가 어떤 순간 그 친구가 나와 아주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생각이 다름을 알았을때,
그 친구와 내가 생각이 같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늘 하는 그런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된 실수라는 것을 알았을때,
그래서 어떤 소중한 것을 그 친구와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때가 있다.

5.
그런 순간에 나는 그 친구와 함께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그림을 접어야 하고,
그 친구와 함께 함께 싸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싸움에서 물러나야 하고,
그 친구와 함께 뛸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경주에 기권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 영적 외로움을 피크를 찍는다.

6.
생각해보면 내 영적 외로움은 내 영적 미숙함의 열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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