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식

바울은 참 독특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인 것 같아 보인다.

낮에는 텐트를 만드는 사람으로 일하고, 밤에는 전도를 하는 삶을 살기도 하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격렬하게 토론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갈길을 가는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 매도 맞고, 조난도 당하고, 감옥에도 갇히고… 그야말로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이게 내가 해야할 일이다’라는 것이 정해졌을때 타협함 없이 쭉~ 직진했던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참 독특한 것은 바울이 가졌던 부채의식이다.
내가 복음을 받았는데, 이것을 전하지 않으면 그 부채의식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평생을 살면서, 포기하거나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쭉~ 직진하면서 역경을 견뎌내어야하는 것도 있을 텐데…
바울에게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것이 이 부채의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6 thoughts on “부채의식”

  1. 부채의식의 이면. 난 부채의식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해. 남한테 신세 지고는 못사는 사람,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자신은 도움받기를 불편해하는 사람. 주변 사람의 부탁은 잘 들어주면서도 그들에게 부탁은 안하고 사는 사람. 자신이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을때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사람. 어떤 면에서 부채의식은 남한테 마음으로 꿀리지 않고 떳떳하고 싶은 교만과 맥을 같이 하기도 하지. 누군가가 나를 엄청 잘 대하는데 그 이유가 나한테서 늘 받고만 지내는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원글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바울이 가진 부채의식이 교만의 위선적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렇게 부정적 측면의 부채의식과 바울이 가졌던 부채의식이 갈라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궁금하네. 하나님한테 비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고 싶어서 그 부채를 갚아서 해결하려고 일하는 것과, 하나님한테 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채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의 차이일까? 비록 후자라고 해도 거기에 자기 의가 개입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닐까?

  2. 형제간에 참 건전한 대화를 나누고 계시군요 ㅎㅎ

    바울이 자각하고 있던 부채의 규모로는 혹시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던져봅니다.
    1. 난 빚지고는 못살아. 내가 “요만큼”의 빚을 지고 있으니 갚아야지.
    2. 난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졌어. 어차피 못 갚을거니 그런가보다 하고 살아야지 뭐.
    3. 난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탕감 받았어. 이 은혜를 갚을 도리는 절대 없지만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나는 평생을 다할거야.

    1. 별것 아닌 생각을 쓴 것 뿐인데, 오진이와 더가까이 형님 덕분에 일이 커졌네요. ^^

      제가 생각하기에 바울의 부채의식은 무언가를 되갚아야한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일어난 혹은 자신이 깨닫게된 엄청난 사건과 진리로 인해 새롭게 깨닫게된 일종의 자아인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걸 NT Wright은 Covenant of Works와 Covenant of Voc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던데요

      그러니까 구약에서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그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성품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역할을 위임하셨는데,
      이런 선택과 위임 사이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야지’하면서 책임감을 갖게 되겠지요.
      그것은 이걸 가지고 하나님의 선택에 보답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선택을 받았으니 이것에 맞는 위임된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살도록 요청받는 것이죠.

      이게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사고방식이었다면,
      아마 바울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선포되었고, 메시아가 실제로 오셔서 그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그래서 새 세상이 열린 것이라면,
      이제는 내게 새로운 책임이 위임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뭐 제가 생각하는건 그렇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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