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7학번이다.
나는 대학교 전반부에는 예수님을 열심히 믿지 않았지만,
후에 예수님을 제대로 믿기 시작하면서 전두환 정권 하에서 기독교인 학생들이 했던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권력에 복종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원구원을 위해서 전도하는 것이 정말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시위에 참여하는 것 보다는 기도를 하는 것이 더 기독교적인 행동이다…
등등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불의한 권력에 복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던 부류의 사람들, 영원구원을 위해서 쓸 시간에 사회의 이슈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고 했던 부류의 사람들, 행동보다는 기도가 더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했던 부류의 사람들…
이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정리되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인해,
소위 ‘영원구원’과 ‘사회참여’가 함께 가는 것이라는 입장들도 90년대 이후 한국의 소위 ‘신복음주의’계통에서 많이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80년대 불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던 모습에 대한 반성도 (일부) 이루어지기도 했다.
나는,
지금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것에 대한 판단이 확실하게 정리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게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불의에 협조한 어떤 그룹은 타격을 입게될 가능성이 높고,
불의에 저항하거나 목소리를 내 어떤 그룹이 더 새로운 힘을 얻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한가지 걱정스러운것은,
90년대 한국의 ‘신복음주의’계열에는 80년대를 비판적으로 반성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90년대 신복음주의가 만들어낸
학복협, 복음과 상황, 선교한국, KOSTA, 기윤실 등등은 그래도 그 당시 건강한 그룹이었다.
(이중 어떤 그룹은 건강함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어떤 그룹은 건강함은 어느정도 지키지만 그만큼의 역량을 더 이상 갖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
부끄럽지 않은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