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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s Day

1.
어제는 Father’s day였다.

2.
내 아버지는 매우 힘든 어린시절을 보내셨다. 극도의 가난과 싸우셨고, 다른 사람의 집에 입주 가정교사를 해가며 학비를 마련해서 학교를 다니셨다.
그러니 아버지에게 있어 생존이라는 것은 늘 풀어야하는 숙제이자 늘 자신을 누르고 있는 무게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 와중에 그래도 공부를 잘 하셨고, 늘 공부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잘 할 수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러니, 그런 아버지에게 있어서 1등을 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게으름으로 생각되었을 것 같다.
아마도 꽤 자연스럽게 내게도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모두 ‘수’이면 잘한 것 아니냐, 그래도 반에서 1등했으면 잘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은 내게 그리 충분한 위로가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처럼 악바리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생각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릴때 부터 그래도 공부 잘하고 열심히 살아온데는 아버지를 통한 그 간접경험이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3.
나는 아버지와는 매우 다른 상황과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기독교 신앙 없이 자라셨지만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고, 대학때부터는 아주 열심히 믿었다.
내 상황은 아버지의 환경보다는 훨씬 더 여유가 있었고, 우리집이 대단한 부자는 아니었더라도, 재정적으로 부족해서 내가 공부를 하는데 제약을 받는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래도 나도 꽤 열심히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보냈던 것 같고,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

4.
내가, 민우에게는 어떤 아빠일까. 내가 했던 어떤 경험들이 민우에게 건강한 간접경험으로 남아있게 된것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내게있는 어떤 긍정적인 것들이 민우에게 좋은 열매가 되어서 맺혀가고 있는 것은 있을까.
어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제공해주는 집이라는 공간, 가족이라는 관계, 또 재정적인 지원… 이렇게 아빠로서 어쩌면 그냥 하게되는 그것들외에, 나라는 사람이 민우의 아빠이기 때문에 민우에게 맺어지고 있는 어떤 열매가 있는 걸까.
내가 내 삶을 통해서 맺어온 어떤 열매들을 민우가 받아서 더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것은 있는 걸까.
음…
없는 것 같다.

5.
이런 생각들에 어제 Father’s day에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다.
나는 민우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심하게 짓눌렀다.
한편 우울한 Father’s day ref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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