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많은 아이?

민우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숙제를 많이 내준다.
내가 생각해도 꽤 많은 분량인데…

민우가 지난주에는 거의 자정까지 숙제를 해야할만큼 양이 많은 날도 있었다.
게다가 쪽지시험점수나 숙제 채점한 점수등이 매일 실시간으로 web에 update가 되고 부모가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하고 있다.

매일 저녁 민우에게 민우가 숙제를 잘 했더라… 어떤 것은 숙제가 빠진 것 같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민우가 지난주부터는 자신의 ‘점수’가 얼마인지 늘 궁금해 한다.
사실 민우는 난생처음 grade 라는 것을 받아보고 있는 중이다.
보스턴에서는 늘 pass/fail system이었으므로 그냥 잘했다… 잘 못했다만 나왔는데,
지금은 ABCDF 점수가 나오는데다 총 합산 점수 누계가 늘 나와서 몇점 더 떨어지면 A-가 된다는 식의 계산도 가능하다.

민우가 자꾸만 자기가 handwriting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을 기분나빠하는 것 같다. (필기체로 예쁘게 글씨를 쓰는 과목)
글씨를 써놓고는 내게 지저분해 보이느냐고 자꾸 물어보기도 하고, 보스턴에서 배웠던 필기체 쓰는 방식과 달라서 불편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점수가 올라오면 몇점인지 자꾸 물어본다.

여태껏 민우가 점수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민우가 마음 편한, 잘 노는, 그런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승부욕이 꽤 강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하긴,
예전에 어릴때에도 나와 게임을 하다가 내가 져주지 않으면 울곤 했으니…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민우에게… 다른 이들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임을,
경쟁은 다른 이들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 스스로와 하는 것임을,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서는 결과와 관계없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아빠가 되었으면 하는데… 막상 나 조차도 그 삶의 깊이는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3 thoughts on “샘이 많은 아이?”

  1. 훨씬 경쟁이 심한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말과 교훈으로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이어야 된다고 얘기는 해 주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지적 동의 정도인 것 같다. 글고 우리 쌍둥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배웠기에 더 힘든 부분도 있는것 같고, 막내는 그 쌍둥이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되니까 또 그렇게 되는 것 같고…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네말대로 부모가 그런 삶을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도 그런 삶을 보고 배우도록 하는것일텐데, 아이들 등수에 민감해지기 쉬운, 예를 들면 90점 받았다고 아이가 알려주면 다른 아이들은? 이라고 묻는 부모의 본능적 비교의식과 그런말 한마디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다스리기란 참 쉽지 않은것 같다.

    1. 형에게 어려우면…
      진짜 어려운 거지요.

      그래도, 형이 지난번에 이야기해준… 자녀교육을 하는데 있어 사회 시스템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그 후로도 제 마음 속에서 참 오랫동안 고민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나저나 형도 가끔 여기 들어와서 보시는군요. ^^
      형도 이런거 하나 시작하면 저도 열심히 들어가서 볼텐데~

  2. 흠… 전 오히려 민우가 지금까지 우리가 강조해 온 self-control 을 실천하고 있구나 생각했는데요. 🙂

Leave a Reply to PaengCancel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