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즙질

요즘은 회사 일이 많아서…. 
“밥은 못먹더라도 뛰기는 한다 “고 생각하고 늘 하던 조깅도 못하고 있다. -.-;
(늘상 뛰던걸 못뛰니.. 정말 몸이 찌쁘드드드드하고…. 어휴… 영 몸 상태가 안좋다.)

그래도 이렇게 블로깅을 할 시간이 있는걸 보면,
무지막지한 상황은 분명 아닌 것이다. ^^

오늘까지 마감인 일들이 적어도 3개쯤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어제 겨우 끝냈지만,
나머지 두개는 결국 오늘 중으로 못하게 될 것 같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fair 한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이 하다가 못한 일인데, 지난주가 되어서야… 이거 정말 급하고 중요한데 네가 좀 해보면 어떠냐는 식으로 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도술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몇주 걸릴 일을 며칠만에 해내라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도 있는 다른일 몇가지도 대개 마찬가지다. 오래 걸릴만한 일들인데 진행이 잘 안되고 있던 걸…. 급하고 중요하니까 해야겠다 싶어서 하게된 것들이다.

deadline도 가깝고, 일도 많고, 다 끝낼 수 있을 가능성도 정말 희박하고, 게다가 이 일을 제대로 하느냐 여부에 따라서 우리 lab/회사의 장래에 꽤 큰 impact가 있을 만한 일이고…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받기에는 최적의 상황인 것인데…

이.것. 참… 묘하다.
묘한 흥분이 있다.
빡빡한 일정을 쪼개가면서, 2-3분단위로 쪼개서 시간관리 해가면서, 늘 적어도 2개 이상의 multi-tasking을 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은근 짜릿하다!

내가,
스트레스를 결코 잘 대처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닌데…
받을 필요 없는 스트레스까지도 끌어 잡아당겨 받는 스타일인데…
요즘 왜 내가 이런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걱정이 많은 내 성격의 부분은 많이 단련이 된 부분이 있고,
담즙질의 내 성향이 그 부분을 take-over하면서 아마 이런 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건강한 상태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뭔가 내가 그렇게 까대기를 한… ‘자기 성찰’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으나,
바쁜 생활 환경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마음이 괴로워야 하는데, 괴롭지 않다면?

우리 그룹은 참 사람들이 좋다.
우리 그룹 리더를 비롯하여 다들 참 성품이 좋은데…

최근,
유난히 계속 bossy 하게 굴면서 자꾸만 남들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높이려는 어떤 한 사람이 마음에 걸렸었다.

계속 내게도 와서 참견도하고,
마치 내가 하는 일을 자기가 감독이라도 하는양 굴고,
게다가 내 앞에서 다른 사람들 깎아 내리며 욕하기도 하고…

참고 참다가,
어제는 내가 한번 터졌다. -.-;

그 사람이 또 참견하고 잘난척하고 게다가 자신이 잘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잘못한것으로 덮어씌우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약간 언성을 높이며…
그 사람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 사람은 이내… 조용해졌고,
내게 갑자기 무척 고분고분해지며 친절해 졌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

그런데…
이런 상황을 겪고 나면…
마음이 찜찜하고 내 행동이 후회가 되고,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성령님의 인도에 순종하기 보다는 내 옛성품이 나온 것을 안타까워하는…
그런 마음이 되어야 하지 않나?

그저…
내 마음에는…
에이… 속시원하다…는 생각만 드는데…
이것은 어쩌면 내가 내 성품을 성령의 인도아래 다스리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아닐까.

며칠 더,
어제의 incident를 곱씹어보며…
내가 내 성품을 그리스도인 다운 것으로 성숙시켜나가는 일들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샘이 많은 아이?

민우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숙제를 많이 내준다.
내가 생각해도 꽤 많은 분량인데…

민우가 지난주에는 거의 자정까지 숙제를 해야할만큼 양이 많은 날도 있었다.
게다가 쪽지시험점수나 숙제 채점한 점수등이 매일 실시간으로 web에 update가 되고 부모가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하고 있다.

매일 저녁 민우에게 민우가 숙제를 잘 했더라… 어떤 것은 숙제가 빠진 것 같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민우가 지난주부터는 자신의 ‘점수’가 얼마인지 늘 궁금해 한다.
사실 민우는 난생처음 grade 라는 것을 받아보고 있는 중이다.
보스턴에서는 늘 pass/fail system이었으므로 그냥 잘했다… 잘 못했다만 나왔는데,
지금은 ABCDF 점수가 나오는데다 총 합산 점수 누계가 늘 나와서 몇점 더 떨어지면 A-가 된다는 식의 계산도 가능하다.

민우가 자꾸만 자기가 handwriting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을 기분나빠하는 것 같다. (필기체로 예쁘게 글씨를 쓰는 과목)
글씨를 써놓고는 내게 지저분해 보이느냐고 자꾸 물어보기도 하고, 보스턴에서 배웠던 필기체 쓰는 방식과 달라서 불편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점수가 올라오면 몇점인지 자꾸 물어본다.

여태껏 민우가 점수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민우가 마음 편한, 잘 노는, 그런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승부욕이 꽤 강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하긴,
예전에 어릴때에도 나와 게임을 하다가 내가 져주지 않으면 울곤 했으니…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민우에게… 다른 이들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임을,
경쟁은 다른 이들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 스스로와 하는 것임을,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서는 결과와 관계없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아빠가 되었으면 하는데… 막상 나 조차도 그 삶의 깊이는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권한이 주는 테스트

조직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떤 이에게 특별한 권력(권한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권력 혹은 권한은 한시적, 비공식적인 경우도 있고, 장기적, 공식적인 경우도 있다.

권력 혹은 권한은 그것을 가진 사람의 그릇이 어느정도인지를 드러내는 아주 좋은 잣대가 되는 듯 하다.

어떤 이는 그 권한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함께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은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부하직원, 동료 등)이 돋보이게 하고 자신의 공을 다른이들과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으며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바른 가치(value)가 세워지는데 노력을 다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세워지는 것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내가 스스로…
권력/권한을 이용하지 않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또한…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내가 섬기는 공동체에서 권력과 권한을 오용/남용하는 사람들이 마침내 승리하지 않도록 바른 가치가 승리하도록 지혜롭게 섬기는 일 역시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회사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나 자신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요즘 참 많이 한다.

성향과 성품

부정직, 불성실, 이기심, short-temperedness, 게으름, 다른 사람에대한 배려 없음, 다른사람을 정죄함… 등등…

위에 쓴 것들과 같은 성품의 결함들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성품의 결함이나 미성숙 등을, 자신의 성향(type)이라고 정당화 시키는 사람들을 만난다.

가령,
심각한 게으름에 빠져 있으면서, 자신은 성향이 느긋하고 낙천적이기 때문이 그렇다고 정당화 한다던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서, 자신은 원래 즉흥적이고 열정적이면서 뒤끝이 없다고 정당화 하는…

때로 여러가지 성격 검사들 (MBTI와 같은)의 결과들 뒤에 숨어서…
자신의 결함들을 스스로도 보려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저 그것들을 자신의 ‘type’이라고만 이야기하는 비겁함.

나의 비겁함이 마음 깊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