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10)

소위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을 보면,
개인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을 신앙의 중심에 놓고 사는 것 같다.
또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거대 담론이나 세계관과 같은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중심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던가, 죄성을 싸워 이기는 것과 같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라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소위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을 보면,
거대담론, 가치, 하나님 나라 등과 같은 가치에 충실하려고 노력도 하고,
또 그것을 강하게 소리높여 외치긴 하는데,
막상 그러는 도중에 자신이 개인적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노력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이 외치는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과도한 적개심을 나타낸다거나,
겸손함, 자신을 돌아봄과 같은 소중한 가치가 등한시 되는 것을 많이 발견한다.
이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라남’을 무시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하는 사람들 조차 심하게 나누어져 있는 가슴아픈 현실 속에서도,
그 두 그룹을 하나로 묶는 것이 있다면,
‘그리스도를 닮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기독교의 가치가, 세상의 정치 권력에 의해 정복당해버린 세태를 몹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기독교는 세상을 뒤집는 힘이어야 하는데,
좌,우 모두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화하는데 기독교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들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특별히…
나는 최근 (나를 포함하여) 우리 간사들을 보면서,
두가지 정도 걱정을 해왔다.

하나는,
우리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가 소중한 만큼, 그 가치를 담아내는 우리의 인격, 우리의 성숙함, 우리의 너그러움, 겸손함등도 역시 중요한데,
우리의 가치에만 너무 몰입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와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뽀족해지기는 하는데 넓어지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는 때가 자주 있었다.
어떤 이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우리와 무엇을 공유하는가를 보기 보다는 그 사람이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를 먼저 보는 자세라고나 할까…

두번째는,
언젠가 부터…
순수함,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 겸손한 헌신 등을 따를 모델로 생각하고 흠모하기 보다는,
탁월함, 명쾌함, 유능함 등등을 추구하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때가 늘어났다.
아무개는 이런 일도 잘 한대, 아무개는 이런 것도 다 알고 있대..는 식의.
누가 얼마나 눈물을 뿌리며 기도하는지, 누가 얼마나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는지, 누가 얼마나 겸손한지, 누가 얼마나 순수한지 하는 것등이 다소 가볍게 여겨지게 되는 것 같고…

아직도 스스로를 간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지난 일년간 이 주제를 묵상하면서,
내가 그리스도를 닮는 일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역의 유능함/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의 10분의 1의 노력 만큼도… 내 성숙에 쏟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성숙이라는 것은, 신학 지식을 더 쌓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고, 시대를 꿰뚫는 통찰을 더 깊이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신학적 지식이나 통찰도 중요하긴 하지만…)

나를 뽐내고 드러내려는 내 죄된 본성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라던가,
다른이들의 필요를 채우기 앞서, 내 필요만을 채우려고 다른이들을 이용하는 내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통곡하는 것 등은….
너무 오래 잊고 살았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된 길로 달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나서, 우리 간사들을 보니…
역시 그런 성향이 너무나도 깊게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올해의 주제가…
내가 선로를 이탈한 기차와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준 것 처럼,
우리 간사 공동체 안에서도 collectively 그런 돌이킴이 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빠릿빠릿하지는 못해도, 온 몸을 던져서 우직하게 헌신하는 모습이 고귀한 것으로 여겨지고,
내 눈에서 눈물이 말라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며 금식하고,
내가 섬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무슨 짓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을 끊임없이 주시도록 계속 무릎꿇고,
유능함보다 겸손함을 훨씬 더 cherish 하는…
그런 ‘스피릿’이 제대로 불타올랐으면… 싶다.

(KOSTA/USA-2011 후기를 끝맺으며 쓰는… 이 글이… 내게도 참 아프다.) 

4 thoughts on “KOSTA/USA-2011 Chicago Conference 후기 (10)”

  1. 제가 지금 겪고 있는 고민이 권간사님의 이 글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 안도가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좀 과격한 표현이겠지만, 솔직한 요즘의 제 심정은 코스타에 염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컴백한 김소연 간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실 기회가 있다면 좋겠는데요, 이번 컨퍼런스를 보고 간사진의 분위기에 사뭇 놀라와 했습니다. 물론 안좋은 쪽으로요…. 내일 이런 이야기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의욕도 없고… 요즘 좀 그렇습니다.

    1. 리더의 절망은 따르는 이들에게 폭력이고,
      리더의 게으름은 따르는 이들에게 독이다.

      리더에게는,
      절망의 자유나 게으름의 여유가 없다.

      제가 몇달 전에 이 블로그에 썼었는데요…
      그런 면에서… 리더가 바라보는 성찰과 다른 구성원이 바라보는 성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좀 많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으면… 하는 기대가 있네요. ^^

  2. 안녕하세요 간사님 (음.. ex-간사님인가요?)
    작년 중보기도팀에서 뵈었던 강지연입니다. 전체 집회 설교 후 민족관, 코스타의 성격 등등과 관련해서 간사님께 상담/질문을 했었는데,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올해는 코스타 기간 동안에 한국을 다녀 왔는데, 궁금해서 찾다가 여기에 흘러들어왔어요.
    간사님 글 보면서 다시 한 번 코스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넘넘 반갑습니다!!

    1. 아니 제가 지연 자매님을 왜 기억못하겠습니까!
      잘 지내시죠? 새로 옮긴 학교에서는 잘 settle down 하셨고요?
      가신지 인제 1년 되셨을 것 같은데…
      저도 많이 반갑습니다! 자주 연락도 하고 생각도 나누고 기도도 하고 그러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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