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정말 ‘천재’다.
나는 이 친구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서 총 5년동안 기숙사 roommate를 했었는데…
내가 제일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다.
연극도 함께 했고, 둘다 영화음악을 좋아했고, 밤이면 학교 식당에서 파는 라면 야식도 함께 먹고…
고등학교때, 나는 나름대로 참 열심히 공부했었다.
대단히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반에서 중간 혹은 그것보다 조금 더 잘하는 그런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roomate였던 이 친구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대학때 어떤 수학 class에서는…
이 친구가 한학기 동안 공부 하나도 안하고 팽팽 놀다가… 기말고사때 시험보러 들어가서… 그 자리에서 한학기동안 배운 것을 자기가 거의 다 유도하다 시피해서 거의 만점을 받았다.
나는 겨우 허덕허덕하면서 풀어내는 수준이었는데…
내가 하루에 8시간 열심히 공부한 것 보다, 이 친구가 15분 누워서 잠깐 공부한 것이 훨씬 더 성적이 좋았다.
나는 이 친구 때문에 늘 많이 주눅이 들어 있었다. 아무리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이 친구를 따라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많이 주눅이 들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즈음에야 그 ‘주눅들음’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와질 수 있었으니까.
대학때, 이 친구가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그 당시 ‘천재 그룹’ 애들이 다들 그랬듯이.
나는 물리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이런 친구와 경쟁할 자신이 없었다. 평생 그런 천재들의 그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렇게 공부하고 싶었던 물리학을 포기하고, 그것과 그나마 많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여겨졌던 재료공학을 선택했다.
지난주에, 그 친구가 학회 때문에 산호세에 잠깐 다녀갔다.
잠깐 밥 한번 먹은 짧은 만남이었는데….
그동안 세월이 많이 지나, 이제 나는 그런 류의 열등감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
오랜만에 그 친구를 보며,
내 젊은 시절, 내 소중한 친국가 되어주었던 것이 감사했다.
내개 friendship과 challenge를 함께 주었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