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론자 선배님께 드리는 편지 (5)

박 선배님,

그럼 사람들이 제게 많이 묻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은 어떤 것이냐고요.

옛날 같으면 고지를 차지했을 텐데,

나보다 실력 좋지 않은 아무개는 나보다 훨씬 잘 나가는데,

아, 내가 그때 진로를 이렇게 선택했어야 지금쯤 고지에 있는 건데,

이런 ‘찌질이’가 되어야 할까요?

혹은,

이 공정하지 못한 더러운 세상, 확 뒤집어 엎자!

하는 과격 분자가 되어야 할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실력에 비해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방향은 다음의 몇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꾸준히 노력해서 나름대로 최상의 고지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저는 고지를 차지하는 것 자체가 가지는 대단히 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아지는 것 자체가 죄라던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혀요.

자신의 삶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욕심을 부리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상의 삶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기가 차지할 수 있는 ‘고지’의 수준에 자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또 대단히 중요할 것입니다.

뭐랄까… 여전히 ‘고지론적 삶’ 이라고 할수는 있겠지요. 다만 modified 고지론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자족’이라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높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성실함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야 합니다. 높아지는 것은 성실함으로부터 따라올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이 따라올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이미 고지라고 사람들이 여기고 있는 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는 것입니다. 소위 ‘미답지론’이라고 이야기하는 삶의 자세일 것입니다. 황병구 본부장이 이 내용을 복음과 상황 지에 기고한 적이 있었죠.

저는 처음 미답지론을 주장하는 그 글을 읽었을때, 아 참 좋은 얘기다… 하고 넘겼었는데요, 지금 제 삶을 보면 상당히 미답지론적인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적어도 현재는 말입니다.

이미 고지라고 주어진 것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아도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영광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제 삶으로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후배들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적극적으로 고지를 거부하며 사는 삶입니다.

Mother Theresa와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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