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 적응하기

지금 내가 새롭게 시작한 일은,

기존에 내가 하던일과 꽤 많이 다른 분야의 일이다.

사실 내가 무슨 일을 하게될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 이 회사 offer를 accept 하자마자 바로 하는 일이 무언지 얘기를 해달라. 그러면 미리 좀 준비하고 공부하고 가겠다고 몇차례 이야기를 했었는데…

워낙 이 회사에서는 비밀/보안 뭐 그런게 중요해서인지, 내가 무슨 일을 하게될지 철저하게 함구하고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보니…

허걱…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종류의 일이…

게다가 사람들이 다들 워낙 바빠서, 내가 한사람을 단 10분 정도만 붙잡고 뭘 물어볼만한 여유가 없다.

1-2분 안에 물어보고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니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도 meeting schedule을 정식으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뭘 물어볼 시간이 사실상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는 웬만하면 모든 말들이 다 code화 되어있다. 워낙 회사가 비밀/보안을 중요하게 여겨서 여러 자료들이 누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아마 실제로 회사 문서가 유출이 되더라도 웬만하면 그거 해독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다.

가령, 어느 두 사람의 대화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Can you give me an update on B3U723?”

“Sure. The major issue is BTRS. It may be fixed by applying RUH, but FQP says RUH is not available until the ETC of FF886. This is a strong indication of CXM. So we are trying to have Tom working on this and the ETC is EOD Thursday.”

(참고로, 위에 쓰인 각종 code들은 다 ramdom으로 만든 것들이다. ㅋㅋ)

음…. 음…. 이게… 분명히… 음… 분명히 영어인데….

아마 이 사람들이 러시아어로 얘기했다 하더라도 내가 이해하는 정도는 비슷했을 것 같다. 쩝. -.-;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을 좀 배워보려고 미팅도 따라다녀보고 사람들 대화도 주목해서 들어보고 해도…

완전히 암호 해독을 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가 notepad에 일종의 암호 해독표를 만들어가며 jargon들을 배워가고 있다.

완전히 탐정이 된 느낌이다.

그나마 약간씩 몇사람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일에 대한 것을 좀 알게 되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생소한 것이 많다.

두주가 이제 거의 다 지났다.

그래도… 아직은 갈길이 참 멀다.

새로 배워야하는 software들도 많고, 장비들도 새로 익혀야하고…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 여러 복잡한 관계들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힘든건 우리 회사 내에서 interact하는 50명 정도 되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match 시켜 외는 것 말고도… 여러 ‘vendor’들의 중요한 사람들의 이름과 각 회사의 조직도를 숙지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 vendor들은 ‘다른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게 참… 만만치 않다. -.-; 일주일만 지나면 받은 명함이 수북하게 책상에 쌓인다.

잠깐 미팅에 들어가서 10명 일본사람 만났는데… 끝나고 나서 그 사람들 이름과 하는 일들, 직위 등을 대충 기억해야 하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

처음 들어올때, 

2-3주 내에 어느정도 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적응해서 ramp-up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음…. 이런 추세라면 거의 연말까지는 이렇게 가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5 thoughts on “새로운 일 적응하기

  1. 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그냥 왠지 군대 신병시절이 생각나서..ㅋㅋㅋ

    신병때 모든게 어리버리…
    직속상관 관등성명, 군인복무신조, 고참들 이름 좋아하는 메뉴등등…
    이상한것 외워야 하는 것도 많고….
    친절히 갈켜주는 사람없고…ㅋㅋㅋ

    왠지 졸개님의 글을 보니 자신의 상황마저도 개그로 승화시키는 훌륭한 장인정신을 지닌 개그맨같은 느낌이 듭니다.

    신병, 개그…. 갑자기 유머일번지 ‘동작그만’이 생각나네요..ㅋㅋ 너무 뜬금없죠.
    함께 기도합니다.(웃어서 죄송합니다^^)

    •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제가 딱 그꼴이예요… ㅎㅎ
      그나마 오늘 우리 매니저가, 좀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사람들도 연결시켜주고 하더군요. ^^

      조만간, 신병 티는 좀 덜 내는 신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2. A사에 품을 팔러 갈 때마다 수두룩한 NDA들, 그리고 맨날 첫 시간 똑같은 시큐리티 언니 오빠들이 들어와 똑같은 굥고의 시간…매번 한 두 껀씩 최근에 fired된 케이스가 추가되면서^^;;;; 코드화된 프로젝트 이름들의 작명은 진짜 대중이 없어서 여러껀이 겹쳤을 때는 매니저랑 한참 얘기하고 났는데 서로 딴 껀 얘기하는 중이었던 팡당한 기억도 있네요. 저는 거의 런칭 직전 타이밍에 품을 파는 벤더였어서 맨날 창문도 없는 방에서 커튼치고 일했었어요.^^

    • ㅎㅎ 그러셨군요.
      음… 꽤 중요한 일을 맡으셨던 것 같은데요. 런칭 직전 일이었다면요.
      참 신기한거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많은 생각도 하게 되고요.
      저 일하는 곳도, 창문 없는 방이고… 거의 커튼 치고 일하는 수준이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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