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
사랑을 더 잘 하는 성품의 사람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흘러나온다.
그렇지만 분명,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

2.
젊은 사람들의 ‘알콩달콩’ 식 사랑은 참 예쁘다.
그렇지만, 사랑을 그런 ‘알콩달콩’으로 이해하고 한정하는 가벼움은 정말 참을 수 없다.
내가 그런 알콩당콩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거라고?
뭐 그런지도… 그러나, 사랑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내 주장으로부터는 후퇴할 수 없다.

3.
연민은, 대상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사랑은, 대상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사랑은 연민에 비해 더 어렵다.
나는 참 오랫동안 연민을 사랑이라고 착각했었다.
지금도 연민은 훨씬 더 잘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데, 사랑은 잘 이해도 안되고 공감도 안된다.

4.
연민은, 대상을 나와 같은 모습으로 이끄는 행위에 가깝다면,
사랑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에 가깝다.
대상이 변화할것을 전제로 하는 사랑은, 기본적으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5.
사랑에는 희생이 동반되지만, 희생이 곧 사랑은 아니다.
때로 희생은, 사랑의 대치품으로, 혹은 사랑을 피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희생과 집착은 함께 갈 수 있지만, 사랑과 집착은 함께 갈 수 없다.

6.
Contract의 기본 정신은, “I will be loyal as long as you are loyal”  이다.
Covenant의 기본 정신은, “I will be loyal even when you are not” 이다.
결혼은 Covenant일까, Contract 일까?
결혼이 완전한 covenant이라는 것에 선뜻 한표를 던지기에는 약간 주저하게 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 가장 covenant에 가까운 것은 부부관계가 아닐까 싶다.

7.
결혼 17주년,
아직 사랑을 배워나가고 있는 부족한 사람의 사랑에 대한 짧은 중간 요약이다.

4 thoughts on “사랑”

  1. 1. 결혼 17주년 축하드립니다.

    2. 결혼 17주년 기념일을 맞아 쓰신 이 ‘사랑’이라는 산문적 서사시(?)에서, 저는 제 6연이 가장 인상깊습니다. (저는 이걸 시라고 읽고 싶습니다. 설마 결혼을 기념하며 논설문을 쓰시지는 않았겠지요.^^)

    3. 근데 민우어머님께 카드를 쓰실때는 가볍고 알콩달콩한 표현들을 가득담은 목가적 서정시를 좀 구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가끔 이곳에 와서 글을 읽고 나가곤 해요… 오승이형 결혼식 때 반주하던 생각이 나네요. 결혼식 후에 부흥을 백그라운드로 연주하던 ㅎㅎㅎ 우린 오늘이 15주년 되는 날…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있네요…

    1. 성호야~ 오랜만이네.

      정말 생각해보면 우리 결혼식때 네가 반주를 해주었지. 그때는 뭐 고맙긴 했지만 뭐 그렇게 많이 대단하다고 생각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에 우리 결혼식에 박성호 목사님이 반주를 했다… 헐 대박…
      그런생각이 드네. ^^

      잘 지내지? 결혼 15주년 축하해!
      경하랑 아이들도 모두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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