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제품은 참 보기에도 좋고 쓰기도 좋다.
iPod, iPhone을 만들었고, iPad와 macbook 등을 만들어낸 애플은 참 대단한 회사이다.
그렇지만,
나는 애플의 ‘혁신'(innovation)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애플의 innovation은, 결국 이미 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improve 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애플에서 ‘혁신적으로’ 내놓았다고 하는 제품들은 모두, 이미 다른 곳에서 다 했던 것들이었다.
iPod는 mp3 player이고,
iPhone은 이미 blackberry나 기타 Palm 등에서 했던 것이고,
iPad 역시 이미 태블렛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플이 한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약간 새로운 기능들과, 매우 공을 들인 user interface를 가지고 잘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Apple doesn’t make something for the first time, but it does make something right for the first time.(애플은 무엇이든 처음으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애플은 무엇이든 처음 제대로 만들어 낸다.)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같다.
2. 애플의 innovation은 big innovation이 아니라, big collection of little innovations 이다.
이번에 나온 macbook을 예로 들어보자.
새로운 키보드 넣었고, high resolution 스크린 넣었고, 터치패드를 바꿨고, 배터리등 여러 부품들 다시 design 했고… 이런 작은 innovation (사실은 innovation이라기 보다는 improvement라고 해야하지 않을까)들을 모아서, 더 얇고 가볍고, 고해상도 스크린의 랩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정말 ground-breaking 하는 진정한 의미의 innovation은…
3.애플의 innovation은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innovation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애플의 상품소개 event를 들어보면, incredible, ground-breaking, unbelievable, completely, amazing 등등의 단어들이 난무한다.
그런데, 사실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의 innovation은, 작은 start-up 들에서 대부분 이루어 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성공한’ 일부 start-up 들은 애플의 하청업체(vendor)로 들어가게 되는 거다.
그러면 애플은 30%의 profit margin을 먹으면서, vendor들은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의 profit margin으로 연명을 하는 체제가 된다.
그나마 그렇게 애플에 채택되는 start-up들은, 조금 더 검증되고 성숙한 technology들을 가진 회사들이다. 정말 아주 새롭지만 아직 충분히 개발이 되지 않은 기술은, 험한 비바람을 맞으면서 운이 따라줄때까지 그저 버티고 견뎌야 한다.
4. 애플의 innovation은 상상력을 제한시킨다.
결국 애플에서 내어놓은 product은, 당장, 수천만의 고객이 살 수 있는 product 이다.
일단은 수천만명이 사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아주 새롭고도 대단한 idea를 애플이 연구-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을 promote 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하면, 당장 큰돈이 되는 기술만을 채택하는 것이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수천만명이 사는 product로 만들어낼 기술만을 추구하면,
정말 향후 10년 이후에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찬밥신세가 된다.
사람들은 결국 당장 1년 후에 돈되는 small innovation에 목매게 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next big thing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5. 애플의 혁신은 결국 기술의 혁신이라기보다는 경영의 혁신이다.
애플이 잘 하는 것은, 여러 작은 기술들을 control tower에서 잘 정리해서 넣어야 할 것과 뺄것을 잘 구분해내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좋은 디자인과 함께 엮어서 내는 것이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manage해서 organization 전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경영을 잘 한다.
때로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때로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해서, 심지어 때로는 소문을 살짝 흘리면서 (이건 그냥 내 guess).. 소비자들의 관심을 잘 유지해내고, 소비자가 필요한 것을 잘 catch해낸다.
그게 그냥 좀 잘하는게 아니고, 다른 회사에 비해서 월등하게 잘한다.
그러니, 애플이 만들어놓은 그 framework에 함께 들어가서 그런 방식으로 경쟁하면 밀릴수 밖에 없다.
나는 경영 혁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영 혁신이 기술 혁신은 아니다.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애플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현재 apple에서 팔리고 있는 product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product 개발에까지 참여한 사람으로서,
나는 애플의 innovation을 appreciate 한다.
그렇지만,
애플이 마치 세상의 모든 innovation을 하고 있는 것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
내가 보기에, 오히려 애플은 진정한 innovation의 장애가 되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woodykos님 글 가운데 그냥 읽기 아까운 글들은 따로 저장해두곤 하는데,
이 글도 그곳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애플사에게만 아니라,
이런저런 사람이나 기관, 경우에도 적용해 볼만한 좋은 관점을 제공해 주셨거든요.^^
세상에…
글 읽기, 글 쓰기, 글 모으기, 글 평가하기, 글 편집하기, 글 나누기, 글 보여주기, 글 매매하기에 관하여,
한국교회 최고의 권위자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다니…
완전히 저는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정리이기는 한데.
1,2,3번은 5번과 병렬 항목이 아닌 5번의 종속 항목으로 보이네. 어떤 엔지니어들은 엔지니어링이 진짜 이노베이션이고 경영은 그것을 바탕으로 (또는 그것으로부터 근거해서) 작용하는 부가항목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경영학에서는 그렇게 framing하지는 않아. 이러한 경영학적 framing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엔지니어링적 framing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결국 자기들이 이노베이션의 시작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경영학을 하는 나로서는 논쟁할 의도는 없지만 대화의 여지도 없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글에서 1,2,3번과 5번 사이의 논리와 범위의 위계가 재정리되어, 기술혁신이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는 이 회사의 unbalance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더 깔끔한 글이 될 것 같다는 것.
네 말이 맞다~ ^^
내 글의 point는,
“경영의 이노베이션은 이노베이션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었어.
,
다만, “경영의 이노베이션을 기술의 이노베이션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착각하면 기술의 이노베이션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든 거고.
어떤 경우에는 경영의 이노베이션이 기술의 이노베이션을 host하는 vehicle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보기에는…
많은 경우 근시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의 경영이, 기술의 이노베이션의 장애가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것 같기는 해,
나는 애플도 그런 frame에 있다고 보고 있고,
그것에만 머물러 있다면…
next big thing에 해당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거지.
가령,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옮겨오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혁신이라던가,
프로펠러 비행기에서 제트엔진으로 옮겨오는 것과 같은 혁신 같은 것들은…
정말 현대에는 쉽지 않게 되어버린거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회사가 애플보다는 훨씬 더 innovative 하다고 봐.
하루에 십분 시간 들여서 쓰는 글에 교수님이 너무 깐깐하게 평가들어간거 아니냐? ㅎㅎ
어쨌든, 적절한 지적질 고맙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