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1:6-10
예수님께서는,
‘승리의 입성’을 하시는데, 나귀를 타고 들어가신다.
이제 정말 영광스러운 역사의 가장 중심적 사건이 일어나려는 순간인데,
이제 정말 악에대한 궁극적 심판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는 순간인데,
예수께서는 나귀를 타고 가신다.
물론,
구약의 예언을 이런 식으로 성취하신 것이라는 것 알고 있고,
성경의 표현에 따르면, 겸손하셔서 그렇게 하셨다고.
아니,
그런데 왜 정말 그렇게 하셔야 했을까.
정말 나귀를 타고가셔야만 했던 걸까.
그것보다 조금만 더 괜찮은거 타고 들어가셨다면 그래도 조금더 상징성이 있지 않았을까.
결국,
예수께서는, 그 ‘승리의 입성’에 나귀를 타고 들어가심으로써,
승리가 힘에의한 승리가 아니라,
새로운 논리에 의한 승리임을 보이고자 하셨던 것을 아니었을까.
그렇게 인간적 힘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의 방법은, 그 힘에의해 오히려 죽임을 당함으로써 궁극적 승리를 얻는 역설적이라는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시는 것이 아닐까.
정말 예수를 꽤 오래 믿고 살아왔고,
나름대로 참 열심히 주님을 따르며 살고자 노력 많이 했는데도,
나는 아직도 그 ‘힘’을 추구하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십자가적 희생과 겸손을 통한 승리가 아니라, 내 상대방을 제압하고 정복함으로써 승리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이 여전히 나를 사로잡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이 잘못된 본성 (sinful nature)를,
그야말로 들어내어버리고 싶은데,
이 생각이 이토록 바뀌질 않고 있으니…
이렇게 더디 변하는 나 같은 사람도,
주님께서는 뭐 볼것 있다고 여전히 붙들고 계시니…
나귀를 타신 예수님 앞에, 내 옷이라도 좀 펴고 경배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도저히 해결 불가능한 더러운 죄악된 본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 조차도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그저 목 놓아 찬양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