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과 신앙

나는, 한국에서 소위 87년 민주화를 목도한 세대이다.
(내가 대학교 1학년때였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60년대 후반으로부터 내가 한국을 떠난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경이로운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루었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나를 둘러싼 상황이 가지고 있었던 낙관론은 내게도 영향을 많이 미쳤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이제 2010년대 중반에 이르는 지는 20년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상황 모두, 낙관론을 가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체제가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한국도 미국도 정말 동의하기 어려운 정권들이 ‘악한’ 결정을 내리는 일들이 있었고,
전 세계가 테러의 공포 속에 있으면서 계속된 전쟁 속에 있고,
내가 믿고 있는 기독교도,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20대의 푸른 꿈을 꾸던 시대와,
이제는 꿈이 많이 제한된 40대를 살고 있는 시대가 다르기도 하겠고.

이제는,
사회적 정치적 정의가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듯 하고,
약자가 착취당하는 것이 개선될 소망 없이 반복되고 있고,
나와 주변의 사람들은 여러가지 문제로 신음하고 있고,
내가 믿는 하나님은 조롱당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익숙해질만도 한데
그렇게 ‘잘 안풀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익숙해질만도 한데,

여전히 낙관적 시대에 살았던 버릇이 남아서 일까…
세상과 나와 주변을 보며 자꾸만 분노하고 탄식한다.

문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이,
이 분노와 탄식에 계속해서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그저 생각없이 내 몸에 익은 낙관론이고,
어디까지가 깊은 신앙적 사색을 거친 낙관론인가 하는 것을 분별해내어야 하는 것 같다.

벌써 한 10년쯤 전에 이런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due가 지난 숙제를 하는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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