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의로부터 얻어졌으면 하는 것들

나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하지만, 이 사태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일들이 좀 일어나면 좋겠다.

1. 더 이상 ‘속지 말기’ 결심을 좀 하면 좋겠다.

나는, 김대중-노무현이 비판받았던 것과, 이명박-박근혜가 비판받는 것을 좀 잘 비교해보면 좋겠다.

김대중-노무현은, 그들이 취하고 있는 스탠스를 속이지 않았다. 물론 김대중은 DJP 연합을 통해서 노무현은 후보단일화를 통해서 보수층을 안심시키려는 시도를 하긴 했지만, 대북정책, 경제정책등에대해 계속 일관된 스탠스를 유지했다.
말하자면, 김대중-노무현에대해 대중이 비판하게 된 것은, 나는 노란 옷을 사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입어보니 생각했던 것 만큼 좋지 않네…
뭐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 물론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샛노란 색인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색이 좀 흐릿하다고 비판을 했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는, 자신이 취하고 있는 스탠스를 속였다.
마치 중도인 것 같이 포장을 하고 실용, 혹은 국민 통합을 할 수 있을 것 같이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결국 집권을 하고나서는 본인의 원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말하자면, 나는 노란 옷인줄 알고 샀는데, 사고보니 파란색이네… 뭐 그런 것이다.

대북정책에 대해 강경책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록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경제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적 노선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이야기할수도 있다. (비록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면, 정말 그렇게 자신의 노선을 밝히고, 그것을 가지고 건강하게 토론하고 논쟁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들이 좀 있으면 좋겠다.

이상돈, 김종인 등등이, 나 이럴줄 몰랐어… 라고 이야기 하는데,
정말 몰랐을까?
이럴줄 알았지만, 그냥 한자리 기대하고 지지했는데 그냥 팽당한건 아닐까.

2. 제대로 된 논의와 토론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면 좋겠다.

나는, 미국의 오바마 케어를 비판적으로 지지했었다. (뭐 나는 미국에서 투표권이 없으므로 내가 지지하느냐 하는 것은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그런데, 오바마 케어를 도입할 당시, 미국의 대중적 지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오바마 케어를 지지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그 다음 선거에서 대거 낙선을 했고, 민주당은 의회 의석을 많이 잃었다.
그렇지만, 오바마는 “이것이 내가 대통령이 된 이유다” 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밀어붙였고, 장렬한 민주당 의원 전사자들을 남긴 채 결국 입법하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비록 지금 국정화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내가 대통령이 된 이유다” 라고 생각하고 한국 역사교육의 틀을 돌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라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만, 정말 그렇다면, 미국에서 오바마 케어가 도입될 때 했던 것 같이, 대통령을 포함해서 그 행정부의 추진세력이 광범위하게 토론에 참여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이분들이 토론이나 설득 그런걸 잘 하는 분들이 아니므로 그것에 자신없어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걸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 질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 리더를 뽑을 때는, 수첩보고 읽는 것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실용 혹은 중도의 탈을 쓴 극우 정치인을 좀 구별해내는 방향으로 사회가 진화나가면 좋겠다.
지금 국정화 논의에 대한 싸움도 물론 할 가치가 있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상식과 논리와 토론이 통하는 정치, 사회를 추구하고 기대하는 일들이 나오면 좋겠다.

3. 좀 훌륭한 보수 지도자가 한명쯤 나오면 좋겠다.

Arguably,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좀 더 개혁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정치가로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presence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그에 견주기 어렵다.
비록 나 같은 사람이 동의하기 어려운 정책을 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좀 제대로된 보수 정치 지도자가 나와서 그 입장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설득하는 일이 한번쯤 있으면 좋겠다.
맨날 자기 뜻에 반대하면 종북이니 좌빨이니 그런 유치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철학을 가지고 설득하고 토론할 줄 아는 사람.
만일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나는 비록 그 사람의 정책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치 발전을 위해서 그런 사람에게 투표할 의향도 있다.

적어도 지금은, 진보-보수의 싸움보다도, 상식-비상식 혹은 논리-억지의 싸움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진보-보수의 싸움으로는 진영논리 밖에는 남지 않게 되어 통합이 불가능하지만, 상식-비상식의 구도가 형성되면 진보와 보수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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