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17)

나는 꽤 괜찮은 교육을 받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 나름대로 성공해왔다.
결국 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학교들을 다녔고, 그 안에서 꽤 좋은 성적과 성과를 거두었다.

나는 나 같은 사람은,
엄밀하게 말해서 ‘학벌’에 대하여 정확하고 치우치지 않는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속에서 계속 성공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믿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나는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악함’을 잘 구별해내지 못한다.

가령,
쉬운 비유를 들어서 내 친구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숙제 제출 당일아침에 와서 내게 물어보면,
나는 당연히 이 친구가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 친구가 아주 열심히 했음에도 능력이 부족해서 숙제 제출 직전까지도 이걸 풀지 못한 것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 이걸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에서도, 누가 일을 제대로 못하면 나는 얼른 그 사람의 integrity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게으르거나 딴짓을 하고는 정직하지 못하다거나…
그렇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은 같은 양의 일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그것은 능력의 차이이지 integrity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정말 정말 나는 잘 이해가 안된다. – 머리론 아는데… 이게 정말 내겐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늘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도 정말 어렵다.
(아마 이 시리즈의 글을 읽는 독자들도, 내게 이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catch하셨으리라 본다. 내가 앞에서 내 학창시절 공부한 이야기를 낮 뜨겁게 쓴 이유도, 이런 내 배경을 솔직하게 욕을 얻어먹도록 좀 열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떤 사람의 학벌을 비롯한 성공의 경험은,
치명적인 영적/인격적 장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좋은 대학을 다니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그 사람은 평생 죽어라고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영적인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민우를 대학에 보내면서 내가 했던 고민의 정점에는 이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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