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나는 정말 존경하고 따를만한 스승이 늘 없다고 여겼다.
세상에 존경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당연히 그런 사람은 정말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내 스승이 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학문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사람들도 만났었고,
신앙으로도 참 존경할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 사람들을 직접 ‘내 스승’이라고 부를만한 관계를 갖은 적이 없었다.

물론, 내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박사과정을 하면서 그 사람의 name value가 좀 도움이되었을 뿐, 사실상 대부분의 공부와 연구는 혼자서 해야했었다.
아주 뛰어난 책을 쓴 다른 학교의 교수님이라던가, 훌륭한 논문을 쓴 유명한 사람들로부터 좋은 insight를 얻긴 했지만 그분들이 스승은 아니었다.

신앙적으로도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나를 이끌어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저 분이라면 내가 계속 내가 따라야할 모범이라고 여기고 갈 수 있겠다… 싶은 분이 없었다.
어떤 한 분과 관계를 맺고 그분으로부터 좀 배우고 나면… 아… 이분으로부터는 여기까지 배울 수 있겠구나 싶어 관계가 좀 달라지게되는 경험만 많이 했었다.

20대에 그래서 정말 그렇게 따라다니면서 배울 스승, 선배를 간절히 찾았다.
정말 간절히 찾았다.
주위에서 그렇게 찾을 수 없어 나는 책을 통해서 현재와 과거의 스승들을 찾아나서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러부터 많이 도움을 얻었다.
그렇지만… 정말 스승은 아니었다. 인격적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이 들어서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도움이되는 스승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꼭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저 내 삶과 생각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평생을 살면서 최소한 나보다는 훨씬 더 훌륭한 사람으로 나를 딛고 가는 사람 5사람만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가졌었다.

이제 40대 후반이 되어서,
나는 이제 그 소망을 사실상 버렸다.

나로부터 누군가가 그렇게 배울만한 사람일까 하는 것이 자신이 없기도 하거니와,
설사 조금 나로부터 배울만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별로 없다. ^^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삶과 생각의 궤적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울수만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은 이것이다.
비록 나는 그런 스승이 될만한 자격이 되지 못하지만,
세상 어디에선가는 정말 건강한 스승이 훌륭한 제자를 길러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내가 그 모습을 실제로 보지 못해도 좋으니…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만이라도 좀 들어볼 수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한때 스승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고,
한때 스승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어디엔가 있을 참된 스승들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응원한다.

4 thoughts on “스승의 날에”

  1.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하고… 또 소망을 품게 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글인데요. 함께 이 주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싶기도 하고(물론 거리와 시간 상 불가하지만ㅠㅠ)… 그래도 마지막의 그 소망을 저도 품는 것으로 위안을 삼겠습니다.

    1. 이 주제로 목사님과 깊이 이야기를 나눌 수준이 제가 될지요…
      저도 목사님을 응원합니다. ^^

      1. 간사님, 잘 지내시죠?
        위의 글에서 제가 서글펐던 이유는 ‘간사님의 교만’이 아니라… ^^
        오늘날 교회와 소위 영적지도자(?) 안에 스승이 없는 현실과…
        저도 그 현실 속에 예외가 아님 때문에 서글펐던 거예요. ㅎㅎㅎ
        그래서 저도 소망 품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또 다짐하는 것이죠.
        언제쯤 뵐 수 있을까요? 그날이 오기는 할까요? ㅠㅠ ^^

        1. 네, 목사님의 마음은 저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
          쉽게 절망하거나 냉소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아파할줄 아는 지혜와 균형이 참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목사님, 물론(!) 뵐 날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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