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4)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냥 그게 몸에 잘 맞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나는 술을 마시고 정신이 알딸딸해진 것이 그렇게 좋아보이질 않는다.

이건 아마도 내가 술을 취해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술 취하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꽐라~가 되어가지고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걸 혼자서 겪는건 그리 신나는 일은 아니다. ^^

맞닥드려야하는 현실이 있는데 그걸 술이라는 것으로 회피하는 것도 건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겁해보일때도 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함께 약간 loosen up 되어 즐거워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은 큰 잘못이 아니라도 생각한다.
그러나 맨정신에는 뭔가를 잘 할 수 없고, 술이 한잔 들어가야 그걸 할 수 있다는 것은 회피가 아닐까.

어색한 사람들끼리 술 한잔 하면서 서로 그 어색한 것을 없애는 것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매번 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때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된다면 그건 좀…

힘든 일이 있을때 술을 마시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좋은 것일 수 있지만,
매번 어려운 일이 있을때 마다 술을 마시면서 그걸 ‘잊는’ 행동은 좀….

어색한 것을 술로 좀 풀고, 힘든 일이 있을때 술로 그것을 좀 달래고,
물론 즐거운일이 있을때 술을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서 기뻐하는 일은 다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삶은 맨정신에 이루어져야 하고, 맞닥드려야하는 현실은 술기운이 아니라 맨정신에 살아가야 한다.

나는 성경에서 독주에 대해서 경계를 한다거나,
술취하는 것을 건강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술에 가끔 취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술 취해서 사는 것은 나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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