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12)

나는 월요일 부터는 또 다시 무지하게 비행기를 타면서 두주 가까운 시간 아시아 여기저기를 다니게 된다.

비행기나 라운지에서 주는 와인이나 맥주를 한번쯤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이 있었다.
특히 비지니스 클래스를 탈때면 꽤 좋은 샴페인이나 와인이나 기타 다른 술들을 마구 주는 항공사들도 있는데… 그럴때면 뭔가 내가 같은 돈 내고 다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때도 있다.

20대 초반,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내 신앙의 경계표지로 삼았었다. 그것 때문에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이 많이 힘들기도 했고, 불이익도 당했었다.
이제 나는 술을 마시는 것을 더 이상 그렇게 정죄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는 직장에서 술을 잘 즐기면서 사람들과 친구로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적어도 한국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내 20대의 결심을 그렇게 쉽게 버리기 어렵다. 아직도 그것이 내게는 일종의 색 바랜 경계표지로 남아있는 듯 하다.

특히 다음주부터 한국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되는 자리들이 있을때면,
나는 또 여전히 술 마시는 것 가지고 씨름하고 내 자신을 설명하고… 그 어색하면서 싫은 일들을 해야한다.
참 싫다. 불편하고.
그래도 그렇게 아직 더 지키려 한다.

그렇지만,
다음주 일본의 어느 호텔방에서,
나 혼자서 그 근처 작은 편의점에서 사온 일본술과 안주를 try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공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내게 아직은 중요한 경계표지이긴 하지만, 술을 마시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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